한국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력과 투자 규모는 글로벌 10위 안을 지키고 있지만 실제 AI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AI 기업 라이터버디가 공개한 'AI 사용자가 가장 많은 상위 20개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성형 AI 이용 트래픽은 글로벌 20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챗GPT, 바드, 코파일럿 등 생성형 AI 사용이 적다는 의미다.
AI 이용 트래픽은 미국이 가장 높고,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뒤를 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주요 선진국과 베트남, 파키스탄, 페루 등 개발도상국도 20위권 안에 포함됐지만 한국은 순위권에 벗어났다.
한국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출시 등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거대언어모델(LLM)을 보유한 국가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글로벌 AI 지수에서도 6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4월 AI 산업 육성, 정부·행정 분야에 도입 확대 등에 예산 7102억원 투입을 결정하는 등 민간과 공공에서 AI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기술 성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AI 이용은 저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의 AI 활용도가 낮고, 아직 공공과 기업에서 생성형 AI 도입에 소극적인 것이 AI 활용도가 낮은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 AI 기업 대표는 “검색 엔진에서 국내 포털 사이트와 구글은 큰 차이가 있다”며 “구글은 자연어 처리, 의미어 분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 성격이라면,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은 사전, 블로그, 카페, 뉴스 등 섹션화로 분류돼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챗GPT 등 생성형 AI는 구글링과 유사한 과정으로 한국 사람들의 친숙도가 떨어진다”면서 “AI의 환각 현상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필터링하며 AI를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한국인들은 환각 현상에 대한 우려로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덧붙였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공무원, 공공기업에서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 않고, 대기업에서도 AI 도입 흐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 많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교육, 제조 분야에서는 AI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어 다른 분야도 시간이 지나면 이용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