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중은행과 손해보험사는 리스크 증가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은행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평잔 기준)은 120조원 규모로 파악됐다.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했던 2022년 상반기 약 80조원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은행 별로는 신한은행이 약 40조원, KB국민은행이 약 33조원, 하나은행이 약 26조원, 우리은행이 약 19조원 수준으로 외화대출을 운용 중이다.
이들 은행 외화대출은 올해 들어 더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를 지나며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대출 가치평가액이 높아지면, 이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화대출은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분류되는데,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서 RWA도 급증한다. 은행은 RWA 규모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단순히 이자수익이 늘어난다고 반길 상황이 아니다.
외화대출 차주가 대부분 기업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외화대출은 이자 역시 외화로 받는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금리도 오르면서 이들 기업 부담도 커지는 형국이다. 최근 환율 상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중동에서 이란-이스라엘간 분쟁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된 것에 영향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국제 정세는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 입장에서 악재다.
보험사는 희비가 엇갈린다. 보유 외화자산이 큰 생명보험 업계는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대부분 손해보험사는 리스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삼성생명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환율 민감도 분석 결과, 환율이 100원 증가할 때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은 4312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자본도 5538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대형 생명보험사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환율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은 원·달러 환율 100원 증가시 손익과 자본이 각각 179억원, 17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생명도 506억원, 616억원씩 손익과 자본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적으로 환헤지 전략을 짠 손해보험사는 실적 악화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손보사 5개사 중에선 환율 100원 상승 시 DB손보 당기손익이 2494억원 가량으로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자본도 3038억원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조건에서 KB손보는 235억원 손익과 17억원 기타포괄손익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해상은 환율 10%(연말 대비 129원) 상승시 당기순이익이 1378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환율 1%(13원) 상승시 1437억원 당기손익 증가를 예상했다. 삼성화재는 환율 100원 상승시 자본이 162억원 가량 소폭 증가한다.
업계는 환리스크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환헤지 전략을 펼친 회사일수록 파생상품 손실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보험사는 해외채권을 매입하고 보유하는 기간 원화 대비 달러화가치가 변동하는 환위험에 직면한다. 이때 파생상품(통화선도,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 환위험을 회피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를 적극 진행한 회사일수록 환율 상승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환헤지 파생상품 규모가 클수록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