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중고폰 시장이 주목받는다.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원하지만 가격 장벽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폰 거래 플랫폼 사업자들은 매입 서비스에 이어 중고폰 판매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중고폰 플랫폼은 매입한 스마트폰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구매 물량 전량을 해외로 수출 중이다. 국내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해외 수출에서 매출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중고폰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에게 매입한 중고폰을 판매하지 않은 이유는 없다”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이 중고폰을 사용하려는 니즈가 적고 개발도상국에 수요가 많아 수출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중고폰 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는 2021년 682만대에서 2022년 708만대로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에만 387만대를 기록,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국내 중고폰 유통 규모를 연간 약 1000만대, 2조원으로 추산한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일부 중고폰 매입 업체들은 직접 매매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단순 중고 단말 품목을 다양화하고 개인정보 우려 불식을 위한 서비스만 준비하고 있다.
한정판 상품 거래 플랫폼 크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앞서 올해 1월 내 폰 시세 서비스를 시작하며 중고폰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중고 스마트폰 매입 서비스인 '내 폰 시세' 지원 단말에 태블릿PC(아이패드)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추가했다. 이로써 크림은 기존 애플 아이폰(아이폰7 이후버전)·아이패드에 더해 국내 유통되는 대다수 단말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는 올 상반기 '크림 리퍼비시(가칭)'를 출시하고 중고폰 거래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크림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약 3000명 고객이 내 폰 시세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다수 사용자들이 편리한 판매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KT 유통 전문 자회사 KT엠앤에스도 중고폰 판매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KT엠앤에스는 2021년부터 중고폰 매입 플랫폼 '굿바이'를 운영 중이다. 굿바이는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처럼 개인 간 중고폰 거래를 지원하지만, 중고폰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추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 중고폰 매입 플랫폼 '셀로', SK네트웍스 자회사 민팃 등도 시장 상황에 따라 직접 판매 형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매입 휴대폰을 판매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은 있지 않다”면서 “다만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