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정유업계, 화색 속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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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요인과 유류 재고 부족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고유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표시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세가 멕시코의 원유 수출 감축과 미국 드라이빙 시즌 등으로 인해 향후 1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지난 5일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91.1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은 배럴당 86.91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 배경으로는 공급 불안이 꼽힌다. 미국에 원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멕시코가 지난달 비싼 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해 석유 수출을 35%나 감축했다. 지정학적 요인도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여전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등 전쟁이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주요 원유 생산국의 감산 정책 연장, 미국의 재고 부족 등도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유가는 통상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한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원유 수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수입한 후 유가가 비쌀 때 제품을 판매하면 수익이 확대된다.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지표로 활용되는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에 운송비, 운영비 등을 뺀 값이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 1~2월 정제마진이 7~8달러선을 유지했다. 3월 들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손익분기점 이상 수준은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45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을 낸 전분기 실적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정유부분에서 2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1분기에는 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유업계는 고유가 기조가 반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부진했던 실적이 1분기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유가의 미묘한 변화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변동 폭이 큰 고유가 기조 유지가 좋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또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며 “이 경우 정제마진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