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교육이 달라진다]①이화여대 온·오프라인 교육 시너지, 개념·적용학습 화학적 결합…학생 교육 격차 줄여

교육혁신센터 주도하는 더베스트 융합수업
반복 학습 가능·다양한 활동과 소통 장점으로 꼽아
교수 부담 늘었지만 컨설팅 통해 수정과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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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정 국제사무학과 교수가 비즈니스인포메이션디자인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현장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하정 기자)

교육분야에 혁신이 도입되면 어떤 모습일까. 최근 대학 교육에 거센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융합학과, 쌍방 소통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100% 온라인 교육 등 사례는 다양하지만, 경험한 이는 많지 않다. 에듀플러스는 교육 혁신 모델을 통해 수업에 적용하는 대학을 소개한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학습 모델인 더베스트(THE BEST) 수업 현장을 찾았다.

“비디오 에세이로 자기소개서를 영상으로 찍는 방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노션(Notion)에는 링크를 통해 추천서와 함께 이메일을 넣을 수 있고 추천자 이름을 가릴 수 있는 형식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력서 작성 시 추천자 이메일 넣는 경우가 있는데 한꺼번에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정보를 최소화해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화면에는 각 조에서 토의한 내용을 요약한 포스트가 강의실 앞 패들렛(Padlet)에 순차적으로 올라온다. 학생들은 자신의 조에서 논의한 아이템을 정리해 소개하면서 의견 교류를 한다. 이화여대 더베스트 융합수업을 적용하고 있는 국제사무학과 비즈니스인포메이션디자인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치열한 토의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교수, 학과 친구들과 쉼 없이 소통한다. 하세빈 씨(국제사무학 2학년)는 “많은 활동이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실무수업은 개인의 투자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습 이후 부족한 부분은 온라인 수업을 반복해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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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인포메이션디자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조별로 과제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사진=정하정 기자)
과목에 따라 모듈화된 융합수업…교육과학 전문가 거쳐 탄생

더베스트(THE BEST)는 이화여대만의 교수학습모델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3년째 접어들었다. 교육혁신센터의 통합적인 학습지원 시스템을 통해 대면수업·융합수업·원격수업이 이뤄다. 그 중 융합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다. 온라인 개념학습과 오프라인 적용학습을 화학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 과목 중심으로 개념학습(온라인)과 적용학습(오프라인)이 통합적으로 연계된다.

이현주 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학문 간 융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교수 재량이기 때문에 일반화된 모델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이화여대는 일반적인 수업도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수업 모델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중심형 과목이다 보니 학생들은 부담을 느끼지만 만족도는 높다. 김시윤 씨(국제사무학 2)는 “저학년이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아 함께 수업을 듣는 고학년의 프로젝트를 보면서 부담이 많이 됐다”면서도 “다른 학생들의 과제를 보며 배울 수 있고, 발표를 통해 더 집중해 수업을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교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윤혜정 국제사무학과 교수는 “더베스트 융합수업을 통해 수업이 가능한 과목의 경우 일방 강의 보다 훨씬 시너지가 크다”며 “학생의 개별 학습 격차를 좁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과목별 성향에 맞는 모듈 제작은 교육혁신센터를 거친다. 교수가 개념학습과 적용학습의 비율이나 방식들을 작성해 센터에 제출하면 센터가 최종 승인한다. 승인 전에는 교육과학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당 교육의 방향과 수업방식을 분석하고, 수정을 통해 최종안이 나온다.

비즈니스인포메이션디자인은 개념학습과 적용학습이 50대 50으로 반영됐다. 교수는 개념학습에 필요한 온라인 강의도 만들어야 하고, 적용학습에 필요한 활동도 계획해야 한다. 강의만 진행하는 기존 수업 대비 두 배의 노력이 드는 셈이다.

윤 교수는 “일반적인 수업은 교수가 70%를 사전에 준비하고 나머지 30%는 수업안에서 풀면 됐지만 지금은 수업 전 모든 것을 준비해야 매끄럽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부담감은 있지만 시간적 유동성이나 학생들의 반복 학습 등 장점도 많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다 보니 교수 입장에서 동영상 제작이나 적용학습을 이론과 연결해 계획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센터에서는 교수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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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신에 초점 맞춘 교육혁신센터…학생 니즈에 맞는 수업으로 변화

이화여대 교육혁신센터는 효과적인 학습모델 적용을 위해 2년 전 교무처 산하로 자리 잡았다. 교무처 차원에서 교수학습모델을 확대해보자는 취지였다. 보통 교육혁신센터는 교실 기자재 관리, 교육 환경 조성, 교수법 워크숍 등을 맡지만, 이화여대는 학생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더베스트 융합수업은 전임교원 담당 학부 과목만을 대상으로 한다. 2023년 기준 참여 학부는 371개로 전임교원 진행 과목 대비 비율은 18.5%다. 교육혁신센터는 융합수업을 통해 △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 학습 참여와 집중도 향상 △효율적인 시간관리 및 반복 학습을 통한 수업 이해도 향상 △개념학습과 적용학습 연계로 수업몰입 등의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개념학습시 학생 자기조절 및 시간관리 어려움 △일부 교과목의 높은 난도 개념학습으로 학습 어려움 발생 △개념학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용학습 이해도 저하 등이 그렇다.

이 센터장은 “교육에 혁신이란 단어가 붙으면서 보여주기식 교육이 많아져 안타깝지만 본질은 변화를 위해 대학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학생의 니즈에 맞게 수업이 알차게 바뀌는 교육 환경 변화를 반영해 이화만의 색깔을 살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