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내 제조 연구개발(R&D) 분야 디지털 전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자동차나 조선 등 R&D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특정 산업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해 이들의 비용 절감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KT는 지난 3일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클라우드 기반 SaaS인 '엔지니어링 플랫폼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HPC)을 활용해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기업) 분야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산업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의료, 금융(핀테크 제외) 영역에서는 도입이 늦은 편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거나, 해당 영역 종사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백두현 KT 클라우드전략사업팀장은 “클라우드를 적용하면 굉장히 좋은 분야가 있으나, 이들이 클라우드를 찾지 않는다”면서 “클라우드 진입이 가능한 시장들이 앞으로 많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제조업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클라우드를 접목할 경우, 자원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선박, 항공기 제조 공정은 '설계', '해석', '생산' 등 3단계를 거친다. 제조사는 이 중 해석 과정을 반복해 제품을 최적화한 뒤 제조를 시작한다. KT는 생산 전 단계에 클라우드 설계 및 공급부터 솔루션 제공, 기술 지원을 모두 포괄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작업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한다.
KT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제조사, 스타트업, 파트너사 등 기업 7곳을 대상으로 한 베타 테스트 결과, 기존 30∼90일 걸리던 해석 과정은 4시간으로 줄었다. 비용 측면에선 기존 구축형 방식과 비교해 최대 60%까지 절감했다. 종량제 과금 방식으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였다. 이 플랫폼을 사용한 A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체 워크스테이션(PC)에서 기존 한 달 이상이 소요됐던 유동해석 시뮬레이션을 KT의 엔지니어링 플랫폼 PoC(기술검증)를 통해 단 4시간 만에 완료했다”고 말했다.
KT는 엔지니어링 플랫폼 서비스의 특장점으로 '보안성'을 꼽았다. 설계 데이터는 제조 R&D 기업의 중요한 기밀 사항으로 철저한 보안을 필요하다. KT는 전용회선, 플렉스-라인(Flex-Line), VPN 등 기업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사내망부터 KT IDC(데이터센터) 내에 운영하는 클라우드까지 네트워크 보안성을 보장한다. 백 팀장은 “제조 설계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올리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보안 이슈”라며 “우리는 고객사내부 온프레미스(사내서버설치형) 환경부터 클라우드 환경을 폐쇄망으로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KT는 올해 상반기 대기업과 기술검증(PoC)를 진행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서비스에 나설 방침이다. 백 팀장은 “당장은 매출이나 점유율보다, 시장 진입에 의미가 있다”며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최고 대기업과 상반기 POC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우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