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 미국 거대 기술기업 일부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만의 제조 협력 업체들을 상대로 멕시코에서 AI 관련 하드웨어 생산을 늘리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업계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에 따라 폭스콘을 비롯해 대만 제조업체들은 멕시코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2020년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활용하고 있고, 멕시코는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미국에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즉 니어쇼어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WSJ은 전했다.
대만 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의 제임스 황 회장은 북미 국가들로서는 “가능한 한 아시아산 수입을 대체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러한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멕시코는 USMCA의 가장 중요한 제조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의 경우 지난 2월 '멕시코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서부의 할리스코주(州)에서 토지 구입에 2700만달러(363억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일부 소식통은 폭스콘이 이 토지 매입을 통해 AI 서버 생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지난 4년 동안 멕시코에 약 6억9000만달러(9300억원)를 투자했는데, 소식통들은 폭스콘의 이 지역 설비가 아마존과 구글, MS,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을 위해 AI 서버를 제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주요 서버 제조사들인 델(Dell)과 휴렛팩커드 등은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싶다며 공급업체들에 관련 생산 일부를 동남아시아와 멕시코로 이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WSJ은 서버를 포함해 AI 애플리케이션 장비의 생산이 늘면서, 미국 기업들은 약 15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과 그 부품의 핵심적인 제조 대부분은 폭스콘 등의 중국 내 아이폰 조립공장 등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기업들로서는 범죄, 물과 전기 공급 부족, 숙련 노동자 확보 등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 대만 관리자들은 지역 갱단의 칩이나 기타 주요 장비 강탈 방지를 위해 자체 보안에 의존하고 있고, 멕시코 노동자들이 중국 노동자들에 비해 초과 근무를 하려는 의지가 덜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의 마크 류에 따르면 폭스콘을 비롯해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대만 업체들이 서버의 핵심인 서버 마더보드 생산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