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장성 생명연 원장 “연결 강조해 바이오 혁신에 불철주야…5년여 노력 빛 볼 것”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인터뷰 내내 '연결'을 강조했다. 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누구나 강조하는 가치지만, 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관성을 돌이켜본다면 내세우기에 그리 쉽지 않은 가치임에 분명하다.

일례로 출연연은 역할이 명확하지만 한정적이다. 기업이 하기 꺼리는 연구에 시동을 걸고 결과가 무르익을 기색이 보이면 바통을 넘긴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대규모 성과 창출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요인이다.

출연연이 관성을 벗어나, 기존 초기 단계에 그치기 쉬운 연구를 상용화 연구로 연결시킨다면 또 다른 지평을 열 수도 있다. 그리고 김 원장이 이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결을 시도했다. 조직 내부를 끈끈하게 엮었고, 외부와의 접근성도 높였다. 그에게 연결은 출연연 틀을 확장, 발전시키는 화두다. 연결을 무기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고자 한 그를 만나 지난 5년여 기관장의 시간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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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기관 운영상 연결을 특히 강조했다. 이것이 기존 기관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나아가 국가 바이오 분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 차례 연임을 포함, 5년여를 기관장으로 보냈다. 지난 소회와 감상은.

▲먼저 국내 유일 바이오 분야 출연연 수장으로 국가 바이오 연구개발(R&D)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첫 임기 기관운영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 과기출연기관법 개정 이후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감사한 일이다. 기관장은 '미래를 사는 선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 10년 뒤를 생각하고 배를 이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3년 임기는 짧다. 멀리 볼 수 없고, 당장 성과에 급급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저는 현재와 미래의 연결자 역할을 한 것 같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준비해야 할 시간에 원장이 됐고, 연임도 했다.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볼 여건이 됐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 과정에서 더 나은 미래로 연결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이루지 못한 일들에 아쉬움도 있다. 다만 향후 생명연이 바이오 분야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변화·혁신의 시발점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더욱이 바이오 분야는 앞으로 더욱 유망해질 수밖에 없어 제 노력이 더욱 큰 빛을 볼 것이라고 본다.

-임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뺄 수 없을 것 같다. 전례가 없던 긴박한 비상상황 속에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우선 기관의 R&D 역량을 결집하고, 코로나19 대응 협의체를 만들자 생각했고, 다른 연구기관들과 함께 정부와 민간 간 연결고리 역할을 주도적으로 맡았다.

무엇보다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우리 연구원이 보유한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ABSL-3) 시설을 이용해 세계에서 4번째로 원숭이 감염 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동물 모델로 182개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 효능평가도 지원했고, 이를 통해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이 긴급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팩트 체크해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가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워낙 정보가 많아 버거웠던 기억도 난다.

돌이켜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시기였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의 역량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기도 했다. 뿌듯한 일이다.

이 덕분에 과기정통부로부터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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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생명연 원장

-임기 중 대형성과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합성생물학연구소도 만들어 힘을 실은 것으로 안다.

▲맞다. 연임 후에는 특히 수월성 중심의 R&D 체계를 공고히 하면서 중·장기 연구수행 체계를 구축해 대형 우수 성과를 지속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했다.

R&D 수월성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연구센터(연구단) 중심에서 대형 R&D 성과 창출을 위해 연구센터들이 모인 대규모 전문연구소 중심 체계로 조직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역량을 결집해 만든 것이 합성생물학연구소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적으로 생명체 구성요소나 시스템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학문이다.

날로 중요성을 더하는 영역인데, 합성생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첨단 바이오 R&D '연결 거점' 역할을 생명연이 하면 좋지 않겠냐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생명연을 포함한 우리나라 R&D 인력은 미국에 비하면 매우 적다. 산업체든 대학이든 인력을 많이 끌어모아야 하는데, 사실 그 구심점 역할을 누가 할지도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우리 생명연이 구심점이 되기에 알맞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개방형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성생물학연구소는 이미 이웃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관련 산업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KAIST의 경우 최근 공학생물학대학원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우리와 함께 했다. 우리 인력은 KAIST 교수로, KAIST 인력은 우리 겸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한다. 심지어 기관 사이 담까지 텄다.

국제협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으로 역량을 높이려면 세계적인 연구집단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과 연계해 미국, 영국 등 기술선도국 우수 연구기관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근 바이오파운드리 예타 통과 희소식도 있었는데.

▲바이오파운드리는 바이오 혁신을 가속화하는 합성생물학 분야의 핵심 인프라다.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인공지능(AI), 로봇기술을 접목해 합성생물학 전 과정을 자동화·고속화할 수 있다.

이번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 예타 통과는 국가 바이오와 합성생물학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내년부터 원내에 바이오파운드리 전용 센터 건립이 시작될 예정이며, 2029년까지 바이오파운드리 통합 플랫폼이 구축된다. 우리가 국가 바이오파운드리의 성공적 구축을 통해 바이오 R&D 자동화와 제조의 혁신을 주도해나갈 것이다.

-연구를 오랜 기간 끌고 가는 것에도 특히 힘쓴 것으로 안다.

▲바이오는 분야 특성상 대형성과 창출에 장기간 연구수행이 필수다. 파편화된, 단기간 연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갖고 진득하게 나가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잠깐 호기심이나 흥미를 충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필요한 중장기 연구를 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대형사업을 확보해 장기·안정적인 연구수행이 가능한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재원 확보가 곧 중장기 연구 원동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과 ‘국가바이오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예타를 추진해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연구단 사업을 2건, 천연물 융합 R&D 플랫폼 센터사업, 국가전임상 지원체계 구축 사업 등을 수주해 장기·안정적인 연구 수행 기반을 닦았다. 이들만 다 합쳐도 예산이 약 95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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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생명연 원장(왼쪽)과 최지호 전국본부장

-연구성과 기술준비수준(TRL)을 높이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전부터 아쉬움이 있던 부분이다. 기관의 적잖은 성과 TRL이 1~2단계 초기 수준에서 기술이전 됐기 때문에 기술료 수입이 크지 않았다. 이를 후기 개발 단계로 TRL 고도화를 수행하면 기술료 수입 면에서 획기적인 증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돌아보면 생명연은 국내에서 제일 큰 제약회사 연구원보다 크고, 인력도 많다. 충분히 성과를 낼 기반이 있다.

다만 개개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그래서 기술 고도화를 위한 매트릭스 구조를 도입했다.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프로젝트매니저(PM)도 채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렇게 TRL 고도화를 이루면 국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 80%는 50인 미만 영세기업으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R&D를 수행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생명연이 사실상 '바이오 중소·중견 기업 중앙연구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부터 TRL을 높이고 기술 상용화를 이끌어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번 임기에서 전주기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K-스타트업 부스터'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했는데, 이와 함께 TRL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신약개발 중개연구 프로그램'도 신규 추진했다.

지난 3년간 7개 유형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시범사업을 통해 공백 기술을 확보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기도 했다.

조만간 민간에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PM을 초빙할 예정이고, 장차 이 프로그램을 국가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전 영역에 활용되고, 바이오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관련 현황과 복안은.

▲사실 가장 방대한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영역이 바이오 분야다. 유전체, 단백질 정보, 진료 기록 등에서 막대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을 모아 분석하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또 바이오 R&D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바이오 선도를 위해 기관 차원 전략을 마련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2년에는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인 '디지털 바이오 혁신센터'를 신설했고, 지난 연말에는 우리만의 디지털 바이오 추진전략인 '디지털 바이오 추진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2022년부터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을 정식 운영하며 국가 바이오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예타를 통과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도 있다.

데이터를 단순히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들이 잘 활용되도록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찾겠다.

이들이 우리가 바이오 분야 디지털 혁신, 국민이 체감하는 디지털 바이오 기술 서비스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께 부탁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바이오는 앞으로 최우선 R&D 영역이 될 것이 자명하다. 먼저 바이오는 인류 4대 난제인 식량·보건·에너지·환경 영역 모두에 연계되고, 또 이를 해결할 핵심기술이 된다. 연구에 당위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기존 반도체 산업을 넘어설 또 다른 영역을 찾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바이오다. 바이오 경제시대가 도래하며 바이오 기술이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개발 목표인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합성생물학, 유전자·세포치료, 감염병 백신·치료,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활용 등 '첨단 바이오'를 포함했을 정도다.

그만큼 많은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저와 생명연 역시 노력하겠지만, 국가적인 응원과 조력이 더해지면 우리 바이오 기술과 나라의 큰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서울대에서 농생물학을 전공했고, 이후 KAIST에서 생화학 석사, 종양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명연에서 미래연구정책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했고 13대, 14대 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연구위원·이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생명의료 전문위원, 충남대병원 비상임이사,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장,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제18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 위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직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훈했고, 올해 KAIST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았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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