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로 최소 137명이 사망한 가운데,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당시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도주하려던 테러범이 고문당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장 괴한 일당의 무차별 테러가 발생해 137명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33명이었으나 하루 만에 4명이 더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는 최소 154명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IS는 자신들 산하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IS는 이와 함께 테러 현장에서 촬영한 보디캠 영상도 공개했다. 90초 분량의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과 함께 시신으로 가득한 공연장 복도를 향해 돌격 소총을 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테러 용의자가 이미 쓰러진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다른 용의자 4명이 공연장 한 구역을 가로지르는 모습도 담겼다. 용의자들의 목소리는 음성 변조됐으며, 그 중 한 명은 “자비 없이 죽여라. 우리는 신의 대의를 위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수사관 등으로 꾸린 사건 조사위원회는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전날 검거했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달레드르존 미르조예프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를 포함한 용의자는 5월 22일까지 임시 구금될 예정이며, 향후 정식 재판을 통해 종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 등 다량의 무기와 탄약이 나왔다.
한편, 테러 용의자들은 귀가 잘리거나 눈에 피멍이 들고, 온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모습으로 이날 법정에 섰다.
특히 한 용의자는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영상 속 남성과 인상착의가 일치해 체포 당시 고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상은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도주하던 중 붙잡힌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라는 제목으로 한 남성이 귀가 잘리고 강제로 자신의 귀를 입에 넣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공포에 질려 떨면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는 주장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IS 소행임을 못박으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차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