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13〉IPTV 부활을 위한 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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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휴대폰과 결합 할인을 통해 '무늬만 성장'을 거듭하던 IPTV(방송신호를 인터넷으로 받아 셋톱박스를 통해 TV수상기에 보내는 유료방송) 등 기존 유료방송시스템이 주춤하고 있다. 고객은 IPTV를 휴대폰, 인터넷 상품에 같이 묶어 한 업체를 이용하지만 애착이 없다. 결합 할인을 받고 있기에 업체를 옮기는 것도 번거롭고 옮겨도 차이가 없다. 사랑이 식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IPTV를 품던 따뜻한 물은 식어가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여름에도 얼어 죽는다. 이유가 뭘까. IPTV혁신이 더딘 사이에 고객은 글로벌 콘텐츠로 무장한 넷플릭스, 틱톡,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 플랫폼(OTT)에 마음을 뺏기고 있다.

2008년 IPTV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 당시 지역별로 유료방송을 독점하던 케이블방송사의 반대가 거셌다. 필자는 국회 공청회에 참석해 전문가 진술을 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소주를 해당 지역별로 독점 판매할 것을 강제하던 주세법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IPTV를 도입해 유료방송의 지역독점을 없애고 경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한 분이 준엄한 얼굴로 필자를 꾸짖었다. 국민을 위한 공적 재화인 방송을 소주 따위에 비유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공청회를 나오는데 누군가 필자를 붙잡았다. 방송은 보지 않아도 되지만 소주 없는 세상에 살 수 있겠냐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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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이소연 作

당시 IPTV는 통신과 방송을 융합한 혁신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현재의 평가는 어떨까. 화질은 개선되었다. 그러나 통신시장 자금력으로 케이블방송 시장을 흡수했을 뿐 발전으로 보긴 어렵다. 고객을 리드하는 수준 높은 양방향서비스를 기대했지만 주문형비디오(VoD)에 그치고 시대적 요구를 따라잡지 못했다. 방송의 질적 수준은 나아지지 않았고 홈쇼핑 송출수수료 수익에 의존했다. 최근 AI를 이용해 고객 시청이력,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 쇼핑 추천 등 맞춤형서비스와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TV시청가구 감소, 모바일 중심의 생활환경 등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방송의 강자로 등장한 글로벌 OTT를 모방하며 허겁지겁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가입비(설치비 포함) 정도를 받고 무료서비스를 기본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무료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되 그 위에 다양하고 가치 있는 유료콘텐츠를 많이 올려야 한다. 둘째, 오마카세 횟집처럼 만들면 어떨까. 미리 예고된 방송을 예고된 시간에 내보내는 것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틱톡, 유튜브처럼 뜻밖의 콘텐츠를 맞닥트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선택해서 보는 방송은 마치 내가 만든 방송처럼 애착이 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놀라움(surprise)을 주어야 한다. 셋째,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고객에 맞게 시스템화해야 한다. 제작된 콘텐츠를 다른 방송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고, 소설, 영화, 카툰 등으로 원작을 그대로 또는 변형해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바이스별 화면크기, 접근방법, 이해도가 달라도 좋다. 다양성을 고려해 방송을 제작하고 최적화·차별화를 통해 많은 채널과 디바이스에서 효과적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TV 중심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도 가능하다. 다섯째, 홈쇼핑채널 송출료 의존도를 낮춰 상생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방송채널 공급자가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소상공인·개인에게 방송프로그램 내 또는 밖에서 사업기회 발견 및 참여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무너질 때는 중력이 작용하듯 가속한다. IPTV를 살리려면 OTT 흉내내기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을 바꾸는 창의로 거듭나야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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