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칩스법 처리 시급하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중요도는 점점 높아진다. AI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이다. 정치외교적 역학 구도 역시 반도체 기술경쟁을 부추긴다. 최첨단 칩은 인공지능(AI)과 군사 시스템 혁신의 원동력이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 반도체는 전략 무기로까지 위상이 높아졌다. 반도체 전쟁이 그것이다. 일본 역시 자국 반도체 제조산업 육성을 천명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 종식을 고한 일본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명가재건을 벼른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공장에 10조원이 넘는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에다 파격적 지원금, 지리적 근접성은 TSMC의 일본행을 이끈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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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 용인시 SK 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대를 방문, 관계자로부터 공사 진행 현황 및 애로·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적극적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양팔을 걷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최대 195억달러(약 26조1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나라 삼성전자 대비 3.3배 많은 보조금을 인텔에 지원키로 했다. 반도체법(Chips Act)이 지원 근거다. 백악관은 지난 주 “상무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의 직접 자금과 대출 11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국 일자리 약 3만개 창출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은 기업 투자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반도체 기업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K-칩스법'은 올해 말 시효가 끝난다. 이대로라면 21대 국회 회기와 함께 연장안도 자동 폐기 가능성이 높다. 투자세액공제를 직접환급하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설비투자 시 15%까지,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25년에도 혜택이 유지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K칩스법이 예정대로 올해 말 일몰되면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줄어든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K칩스법 개정안도 잠자고 있다. K칩스법 일몰을 2030년까지 6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논의가 더디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K칩스법 일몰 연장을 골자로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도 기재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이제 머니 게임 국면으로 진입했다. 주요 국가가 차세대 헤게모니 쟁탈을 위해 '쩐의 전쟁'을 불사할 태세다. 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선거에 집중하는 시기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선거 이후 우리나라 산업의 쌀을 육성할 수 있는 정치권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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