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늑대가 아닌 주주를 위한 밸류업

행동주의펀드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을 명분 삼은 행동주의펀드 제안이 연이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주주환원이라는 명분에 자극받아 일제히 사냥에 나선 '늑대 무리'의 실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열린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는 행동주의펀드 검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던 대표적 장면이다.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펀드는 연합전선을 이뤄 삼성물산에 1조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을 요구했지만 결국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77%가 삼성물산 제안에 동의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삼성물산 편이었다.

삼성물산 주총 안팎으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도 속속 행동주의펀드 제안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지속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안 때문이다. 겉으로는 밸류업과 주주환원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단기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데 불과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제안도 최근 연이어 의결권 자문기관으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고 있다. 결국 외국계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시세 차익을 얻은 뒤 잇속만 챙겨 떠나려는 늑대무리(울프팩)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밸류업 의지는 확고하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 7년만에 처음으로 개정한 데서도 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단기 시세 차익이 아닌 중장기 가치 제고가 밸류업의 최우선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총 시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재빠른 움직임만으로도 '밸류업'은 충분히 매력적인 재료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더는 늑대무리가 쉽게 꼬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와 지원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자칫 제 배만 채우려는 탐욕 행동주의 펀드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보다 완성된 밸류업 실행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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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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