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오승하 “‘미스트롯3’ 아쉽지 않냐고요? 오히려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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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드아트팩토리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그 사람 특유의 기운이나 멋, 아우라와 같은 어떤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당연히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가수에게는 큰 장점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이런 에너지를 경험한 관객은 그 가수의 열성적인 팬이 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악인 출신의 트로트 가수 오승하도 이에 해당한다. 입가를 떠나지 않은 미소, 차분하고 편안한 화법, 잘 정돈되고 세련된 분위기, 딱히 목소리를 높이거나 리액션을 크게 하지 않아도 눈앞의 상대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그런 묘한 에너지를 오승하와 인터뷰 중에 느낄 수 있었다.

탄탄한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오승하에게서 느껴지는 이 에너지야말로 그가 트로트에 입문하자마자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갑자기 찾아온 트로트의 길

잘 알려졌다시피 오승하는 본래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자이자 국악 밴드 소름의 보컬로 활동 중인 실력파 국악인이다.

그런 오승하가 트로트에 발을 들인 건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오승하는 “코로나가 한몫했다. 남편이 야구 선수(前 kt 위즈 소속 김진곤 선수)인데, 야구 선수는 원정경기를 다니지 않나. 그럴 때 혼자 있는 게 힘들다고 했더니 남편이 나를 생각해 다음 해에 정말로 선수를 그만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남편도 사업을 하지 못하고, 나도 공연이 취소되면서 많이 힘들어졌다. 그때 방송작가를 하는 친구에게 뭐든 좋으니 내가 할만한 게 없냐고 물으니 추천을 했던 프로그램이 ‘트로트의 민족’이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본 게 시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위해 선수 생활을 그만둔 남편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남편에겐 정말로 고맙다”라고 트로트 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또 다행히 지금은 남편 김진곤 선수 역시 야구 스쿨을 운영하며 사업 역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오승하는 “남편이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말주변도 있고 레슨도 잘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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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갑자기 트로트에 입문한 오승하였지만, 그에게 내재된 끼와 재능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하자마자 4라운드 2차 미션까지 진출하며 최종 15위라는 성적을 거뒀으니 말이다.

오승하 스스로도 “(‘트로트의 민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발판이 된 프로그램이다. 트로트를 오래 공부하고 연구한 게 아니라 자신감으로 나갔다. 그런데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아버지가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는데, 아버지에게는 많이 혼났다”라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자신감 하나로 나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까지 얻자 오승하는 또 한 번 욕심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TV조선 ‘미스트롯3’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시작은 좋았다. 1라운드에서 문초희의 ‘사랑이 왔어요’를 간드러지게 소화하며 심사위원의 올하트를 받았으니 말이다.

이에 오승하가 ‘미스트로3’에서도 승승장구를 할 거라 예상한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아쉽게도 2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오승하는 “(‘미스트롯’ 시리즈가 너무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처음에 나가고 오디션 볼 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그러다 출연을 하고 ‘사랑이 왔어요’를 불렀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알아보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다. (본격적인 트로트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준 프로그램이라 고맙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또 오승하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아쉽지는 않냐는 물음에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오승하는 “물론 처음에는 아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준비가 안 됐으면서 큰 걸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트로트를 오래 한 게 아닌데,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떨어진 게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각오의 계기가 됐다”라고 말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오승하는 현재 트로트 내공을 갈고 닦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오승하는 “현재 선생님에게 트로트를 배우고 있다. 트로트를 하나도 몰랐을 때 트로트는 어떤 노래라는 걸 알려준 선생님이다. 곡이 나오기 전까지 나를 단련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트로트를 수련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트로트 가수 오승하’를 예고했다.

이어 그는 “아마 6월에는 신곡이 나올 것 같다. 곡이 나오면 많은 활동을 하려 한다.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방송도 나오고 공연도 할 생각이다. 좋은 활동 많이 보여드리려 한다”라고 다시 돌아올 모습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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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녀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된 의외의 사실 중 하나가, 오승하는 연기 레슨을 받은 적도 있다는 것이다.

오승하는 “원래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다른 걸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연기도 하고 싶다. 작년에 연기 레슨을 좀 받았다. 너무 어려우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오디션에도 참가를 하고 싶다. 내가 한번 파면 깊게 판다. 연기 공부를 해서 조그만 단역이라도 출연하고 싶다”라고 연기자에 대한 꿈을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승하는 남편에 대한 외조까지 챙기는 모습이었다.

오승하는 “남편에게 ‘최강야구’에 나가라고 계속 권유를 하는데, 자꾸 안 나간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권유 중이다. 정말로 많이 연락 달라. 내가 열린 생각으로 남편을 대변하고 있는 거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오승하가 이것들을 본업으로 삼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오승하의 본업은 가수고 오승하 스스로도 이를 잊지 않았다.

오승하는 “주현미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기교도 너무 잘하고 노래를 듣다 보면 따라부르고 싶어진다.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라며 주현미를 롤모델을 꼽았다.

이어 그는 “나의 목표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 아는 한 곡이 있는 것이다. 현실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되고 싶다.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라고 전 국민 애창곡을 보유한 트로트 가수에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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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