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보험사가 설립된 지 약 100년이 지났다. 보험업은 오랜 기간 변화에 소극적인 분야로 여겨졌다.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 의존한 이 산업은 다른 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급변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험 산업은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통적인 보험 산업은 대면 판매와 종이 기반 계약 처리에 크게 의존한다. 기존 방식은 편의성과 효율성에서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디지털 시대 고객은 더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맞춤화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변화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최신 기술 도입이 기점이 됐다. AI 기반 챗봇은 24시간 고객 문의에 대응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분석은 개인별 맞춤형 보험 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보험 가입·관리는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술적 변화는 보험 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보험 상품의 판매와 관리가 주로 보험 대리점과 설계사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온라인으로 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투명성을 제공하고, 보험사에는 새로운 고객에게 접근할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올해 1월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자동차 보험, 용종 보험을 시작으로 플랫폼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도 맞았다.
팬데믹은 변화를 가속하는 역할을 했다. 대면 접촉 제한은 디지털 서비스 중요성을 증대시켰고, 많은 보험사가 온라인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을 개선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고객에게 더 나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보험사에는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에도 디지털 혁신은 기존 업무처리 방식과 인적 구조에도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험 판매 채널과 인력은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교육과 투자가 필요하게 됐다. 보험 산업 내에서 일자리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종사자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고객은 디지털 기술의 신속함과 저렴함을 선호하지만,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할 땐 여전히 사람의 세밀한 터치를 선호한다. 가격이 저렴한 사이버마케팅(CM) 상품이 10년 전에 출시됐지만, 아직도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무른 이유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보다 세심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존 보험 서비스 수준을 넘어 개별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초밀착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향후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가 출현한다면 소비자 수요 환기뿐만 아니라 전체 시장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보험 산업 디지털 변혁은 강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보험 산업이 발전해야 고객 편의성도 높아진다. 이 산업은 과거 정체성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과 고객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변화 물결 속에서 보험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 고객 기대를 충족할 때 보험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yuno@habitfactor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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