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놓고 의결권 자문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2020년 공정위로부터 '갑질'과 관련해 받은 제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과 이사보수한도 승인안을 기반으로 올해 턴어라운드에 나서는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과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아모레퍼시픽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서경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 등 반대를 권고했다. 서 회장이 기업가치훼손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서 회장의 보수가 전문경영인들에 비해 과도히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회장은 지난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입사한 이후 1997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아모레퍼시픽을 이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5년~2014년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에 대한 갑질로 지난 2020년 공정위로부터 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은 바 있다. 또한 같은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코스비전에 750억원을 무상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등 부당지원행위를 이유로 48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CGCG는 “해당 기간 중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로서 기업가치훼손 행위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CGCG는 이번 주총에서 함께 안건에 상정된 이사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배주주인 서경배 회장에 대한 과도한 보수지급과 주식기준보상 부여 계획이 미공시된 것이 그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150억원을 이사 보수한도로 정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CGCG는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에서 30.44억원을 받았는데 이는 그 다음 보수수령자인 박종만 이사의 보수 7.79억원의 3배”라며 “또한 서경배 회장은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도 8.59억원을 받아 양사를 통해 3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장기인센티브로 주식기준보상제도(기업이 임직원에게 주식이나 금전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사보수한도 의안 공시에 주식기준보상 부여 계획에 관한 내용이없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반영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7.4%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도 6.02%에서 8.08%로 늘었다.
다만 서경배 회장이 최대주주로 47.14%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부결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고 올해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 사내이사 선임 목적은 회사의 경영총괄 및 대외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함”이라며 “향후 이사보수한도 의안에 주식기준보상 부여 계획에 대한 공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