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면서 의료 교육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했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40개 의과대학에서 요건을 갖춘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5435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현재 휴학계 제출 현황을 부모님 동의, 학장 허가 등 요건을 갖춘 경우만 골라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휴학 의사를 밝힌 의대생의 규모는 교육부 발표보다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희대와 순천향대는 본과생 전원이 휴학 의사를 밝혔으며 고려대와 성균관대도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의 대부분이 휴학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 거부는 10개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 대학별 의대 학칙은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을 결석하면 F학점을 받으며, 한 과목이라도 F가 나오면 그 학년을 유급하게 된다. 각 대학들은 단체 유급을 막기 위해 3월 중하순으로 개강을 미루거나 개강 후 휴강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개강을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대 본과는 실습 수업 등으로 인해 연간 40주 내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철회될 기미 보이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의대생 대표들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40개 대학 교무처장과 비공개 화상회의를 열고 사태를 논의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복귀를 희망하며 학사일정을 일주일 씩 조정하고 있지만 대학별 증원 신청이 마무리된 후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가톨릭대 의과대 학장단과 경상국립대, 원광대 등에서는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는 학생과 학장 간 간담회를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의대생에 이어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정부는 의대 정원 배분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일까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 신청을 받은 결과 3401명의 증원 신청이 접수됐다. 이는 교육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교육부는 당초 3월 중 배분을 완료할 방침이었지만 배분 후 논란을 최소화하고 배분위원회 구성 절치 등을 고려해 배분 결과를 다음달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와 복지부, 의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배분위원회는 2000명 내에서 정원을 배분할 예정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