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솔직과 가식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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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사진=전자신문DB

어떤 의문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이에 대해 궁금증을 보일 때, 대개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대개'에 좀처럼 해당하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연예계가 그렇다.

최근 이에 딱 적절한 사례가 있었다. 먼저 지난달 29일 발생한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설이 그렇다. 둘의 열애설을 알리는 첫 기사가 나온 후 이들의 소속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연애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인기 걸그룹의 멤버와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우의 만남.

겉으로 보기엔 참으로 아름다운 워딩이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의 반응은 축복과 응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열애 인정 이후 많은 팬들은 분노와 좌절감을 호소했고, 특히 카리나는 현재까지도 많은 비난의 화살을 감내하는 중이다.

유사한 사례로 미노이의 '광고 촬영 노쇼'사건도 그렇다. 지난달 미노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눈물의 라이브를 이어가며 '죄를 저질렀다. 3월말 쯤이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미노이가 말한 '죄'가 무엇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며칠 후 소속사 AOMG가 '미노이가 광고 촬영 2시간 전 촬영 펑크를 냈다'라고 밝히며 사과하면서 미노이의 돌발행동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노이는 4일 밤, 또다시 자신의 SNS를 통해 '광고 촬영 노쇼'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일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광고와 관련된 일은 앞서 언급한 '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여,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의혹들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물론 SM엔터테인먼트와 미노이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카리나와 이재욱은 만남은 사진이라는 증거로 남아 있었고, 이를 부인한다고 해서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건이 아니더라도 열애설과 관련해서 리스크를 안고 가느니 순순히 인정하자는 기조를 보인 지 오래다.

미노이 역시 그의 주장대로라면 당연히 억울하고 그에 따른 사실 여부를 명명백백 따져봐야 할 상황이 맞다. 또 자신의 양심에 따라 용기있게 한 발언을 잘못됐다고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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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이, 사진=AOMG

단지 아쉬운 건, 그 솔직함으로 인해 어렵사리 가려두었던 마지막 위장막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에스파와 카리나 팬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이들의 열애가 설령 사실이라도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대응하지 않기를 바랐던 듯하다. 하지만 카리나와 이재욱 측은 모두 열애를 쿨하게 인정해 버리면서 현재까지도 그 역풍에 시달리는 중이다.

미노이 역시 '광고 촬영 노쇼'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AOMG에서는 미노이의 돌발행동을 무마시키기 위한 일종의 위장막으로 사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미노이가 스스로 이 위장막을 걷어버림으로써 잠잠해졌던 의심과 의혹의 눈초리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카리나의 열애 인정 이후 많은 호응을 얻은 의견 중에 '초밥 이론'이 있다. 화장실을 다녀온 초밥집 사장이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손은 잘 씻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굳이 손님에게 꺼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눈치채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직접 인정하고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솔직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구설수와 설화에 시달리는 일이 많은 연예계에서는 가면도 쓸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심지어 팬들은 그런 가식적인 모습을 '프로답다'라고 칭찬하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연예계라는 환경과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렇다. 솔직함의 대가로 비난과 논란의 화살을 감내하고 있는 카리나와 미노이가 조금만 더 '가식적'으로 행동했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