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의 눈이 제주도로 쏠린다. 1일 시작된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때문이다.
사업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도 기존 화력발전 자원과 함께 전력시장에서 입찰을 통해 거래하는 게 골자다.
재생에너지 전력 중개 사업자는 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하루 전, 당일, 실시간 발전계획을 병행 수립해 입찰에 참여한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특성상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공급하는 게 관건이다.
사업은 3개월간 모의 운영을 거쳐 본사업으로 넘어간다. 2026년말부터 실시간 시장 거래를 시작하고 기존 화력 발전원 등도 수요자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 계약시장을 여는 게 목표다. 대상지역을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 적용할 계획이다.
전체 전력 설비 용량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인 제주에서 새로운 전력 거래 모델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면 전국 확산에도 무리가 없다는 게 전력 당국의 예상이다.
사업은 전력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 거래를 통해 얻은 전력도매가격(SMP),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수익과 함께 용량 요금까지 정산받는다.
전력중개 기업은 재생에너지 자원 확대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수익을 키워나갈 수 있다. 다수 기업이 신사업 기회로 보고 뛰어들고 있다. 건설 회사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SK에코플랜트, 한화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에너지 IT 기업 해줌 등 10여개 기업이 사업 참여를 목적으로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이행능력시험을 통과했다.
이들 기업은 ㎾급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모아 ㎿급의 대규모 가상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기술(VPP)을 기반으로 전력중개에 나선다. 재생에너지 발전 예측치와 실제 발전량 간 오차는 5% 내외로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난립하는 재생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발전량을 예측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빈번한 송전 제약을 피할 수 있다.
새로운 전력거래 방식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무탄소에너지(CFE), RE100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보급·활용이 더 늘려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최적 관리를 위해선 중앙급전화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등이 일찌감치 이러한 전력거래 모델을 도입한 이유다.
물론 우려도 있다. 사업이 전국 규모로 확산하면 원자력, 화력 발전의 전력 거래량은 재생에너지 전략 거래량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용량요금 지급으로 한전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곧 전기요금은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전력시장 참여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걱정되는 부분은 사업 초반 발생할 오류 등 시행착오가 새로운 시도의 당위성을 저해할지다. 이는 제도개선을 위한 자양분이지, 무용론의 근거일 수는 없다.
오히려 시범사업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것이 전력 거래 시장·제도 선진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이번 사업은 실시간 시장 개소와 계약 시장 확대 등과 맞물린다. 전에 없던 시도다. 이렇게 본다면 전력거래시장의 변화를 모색할 향후 3년은 골든타임이나 다름없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