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노동현장에서 유연근무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023년 전체 근로자 2,200만명 중에서 유연근무를 활용한 근로자는 15.6%인 343만명이다. 유연근무 활용 근로자는 2015년 90만명에서 2019년 222만명으로 증가했고, 코로나 19를 거치면서도 1.5배 이상 증가한 것을 보면, 이는 최근 노동시장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임을 알 수 있다.
유연근무는 전 직원이 9시 출근, 6시 퇴근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함께 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 개개인이 근로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일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근로자가 선택하거나(시차출퇴근), 일정 기간의 총근로시간 범위에서 1일 근로시간이나 실제 일하는 근로시간대를 선택하는 경우(선택근무) 또는 자택이나 공유 오피스 같은 곳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재택 또는 원격근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연근무를 통해 근로자는 '일'과 '개인 생활'의 최적 조합을 찾아 유연성·자율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나아가 업무효율을 높이고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
MZ세대의 경우 직장 선택에 있어서 '연봉'이나 '정년 보장'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는 한 경제단체의 조사 결과가 있다.
다른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일'과 '가정생활' 중에서 '일'을 중시한다는 의견은 2013년 54.9%에서 2023년 34.4%로 크게 하락한 반면 '일·가정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33.4%에서 47.4%로 증가했다. 또한, '가정생활' 우선이라는 의견도 11.6%에서 18.2%로 증가했다. 유연근무를 활용하지 않는 근로자 중 유연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는 871만명이다. 이렇게 유연근무에 대한 선호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업도 유연근무를 직원 복지 차원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유연근무를 통해 직원의 이직을 방지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조직 분위기를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는 기업들도 있다.
물론 유연근무가 모든 업종·직종에서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가치관의 변화는 유연근무가 장점을 발휘하는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유연근무는 사회적으로도 유익하다. 일·육아 병행을 통해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저출생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고, 도심 과밀화 문제나 출퇴근 혼잡 문제 등을 경감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유연근무의 장점을 살려서, 기업 노사의 자발적인 협의·선택에 따른 도입을 우선하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먼저 경험이 없어 고민하는 기업에는 컨설팅을 제공한다. 전문 컨설팅 기관이 해당 사업장에 최적의 유연근무 도입·운영 방법, 사내 규정 정비 등 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안내한다. 금년부터는 기존 '재택근무 컨설팅'을 '유연근무 종합컨설팅'으로 확대했다.
둘째, 시설 도입이 부담되는 기업에는 인프라 투자를 지원한다. 유연근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근태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고 사무실을 떠나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인프라 투자비의 50~80%를 최대 2천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셋째, 유연근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유연근무 도입 기업에는 장려금을 지원한다. 소속 근로자의 재택·원격·선택근무를 허용한 기업에 해당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30만원을 1년간 지원한다.
특히 금년부터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육아기 근로자에게 재택·원격·선택근무를 허용한 기업에는 장려금을 월 최대 40만원으로 상향하고, 시차출퇴근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월 최대 20만원의 장려금을 신규 지원한다. 근로자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 기업에는 해당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50만원의 장려금을 1년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유연근무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우수기업'으로 선정하여 각종 행정적·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현재 근로감독 면제, 금리 우대, 각종 정부 지원사업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인센티브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유연근무는 CEO 결단과 중간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핵심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참고하고,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해서 우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시차출퇴근부터 일부 직종이라도 시행해 보길 권해드리고자 한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필자〉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언론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노동 전문가다. 이 차관은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와 고려대 노동대학원 경영학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길 찾는 사람들', '사회평론'에서 각각 노동 담당 기자로 일한 뒤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사무국장·조정심판국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부터 2017년에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맡았으며 지난해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