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기업 밸류업' 주가부양 마케팅 변질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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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금융투자업계가 여러 후속 조치에 뛰어들었다.

정부 대책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설 기업 선별작업에 나선것이다. 증권가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이유는 하반기 밸류업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와 ETF 등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테마를 만들고, 유망 가치주를 발굴하기 위한 차원이다.

기업 가치 제고와 증시 선진화를 위한 첫발이 시작됐다. 그런데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일본을 따라한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보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돈벌이로 악용되는 '주가 부양 마케팅'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기업밸류 진흥 대책의 핵심을 잘 살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가 마치 기업밸류업을 만병통치약인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이를 마케팅 수법으로 이용해 이익만 추구하는 행태는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단기간 내 주가부양 효과만 노려서도 안된다. 정부 시각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학계나 민간, 상장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존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을 벤치마킹해 만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도 장단점을 구분하고 한국 시장에 맞는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일본의 유가 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대략 10년여 시간이 걸렸다. 특히 이번 대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뒤 따라야 한다.

정부 대책이 나온 후 단기 급등했던 저PBR 테마주들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간 정부 공매도 전면 금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단기 처방보다는 기업 가치 상승을 통한 시장의 밸류업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은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 변화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증시 활황을 위한 정책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체질 강화를 잘 유도하는 게 더 가치있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런 기업 주가가 좋은 평가를 받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또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친화적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대우 받도록 잘 관리하는 데 정부 역할이 있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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