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출권거래제(K-ETS)가 유럽연합(EU)과 달리 일부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돼 국가산단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소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배출권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단 집단에너지사업자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산단 입주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이 이중으로 가중되고 있다.
EU는 역내 수출기업 보호를 위해 제지, 염색 등 63개 수출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열병합 발전시설(CHP)로부터 열에너지를 공급받는 경우에도 무상할당을 받을 수 있도록 업종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탄소 규제를 피해 역외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기업 엑소더스'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한국은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에 배출권 할당 대상 업종의 무역 집중 정도를 지표로 산정해 배출권 무상할당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단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우 무역집약도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 산단 입주기업은 집단에너지사업자로부터 열을 공급 받는 경우 수출기업이더라도 무역집약도를 인정 받을 수 없어 배출권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간접배출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까지 더해져 부담이 가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또한 EU-ETS 기준에 따르면 산단 집단에너지사업자로부터 열을 공급받는 기업들은 무역집약도가 높은 수출업체이므로 100% 무상할당 대상”이라면서 “EU는 역내 수출기업들이 재무적 부담으로 인해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제3국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연하게 법 개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단 집단에너지사업자 또한 EU에서 사용하는 동일한 CHP 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열 생산·공급이 주목적인 사업 특성상 열과 전기 판매비율이 8대 2에 이른다.
EU는 열과 전기를 별도로 구분해 열 생산을 발전시설로 분류하지 않고 간접배출을 규제하지 않는다. 한국 또한 판매비율이 CHP 시설의 80%에 달하는 열 공급에 대한 배출권 할당상 규제를 완화해 산단 입주기업의 크레딧 구매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 탄소규제 선도하는 EU 또한 수출 제조기업 지원 차원에서업종과 CHP 설비 특성 등을 세심히 고려해 ETS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EU-ETS를 벤치마크해 수립한 K-ETS 역시 국제 탄소시장과의 연계를 고려해 국제기준에 적합한 정책을 운용, 탄소규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국내 제도가 EU-ETS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다만,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무역집약도가 '0'이기 때문에 현행 법령상 탄소규제 보호 수출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