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미터(㎚) 이하 등 차세대 반도체 상용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케이던스 최고경영진이 전격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던스는 반도체 설계에 필수한 설계기술(IP)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니루드 데브간 케이던스 CEO가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아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사장 외에도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이 함께 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핵심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양사 최고경영진은 첨단 반도체 설계를 위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총력을 기울이는 2㎚ 공정과 인공지능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등 각 사업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던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도구(EDA) 및 IP 기업이다.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회로를 미리 그려보는 설계가 필수다. 케이던스는 이 작업에 필요한 도구 'EDA 툴'과 반도체 회로를 설계한 'IP'를 공급하고 있다. 케이던스는 전세계 EDA 시장에서 시높시스·지멘스EDA 등과 '빅3' 업체로 꼽힌다.
반도체 개발에는 EDA 툴과 IP가 필수다. 삼성전자와 케이던스의 협력은 그동안 계속 이어져왔으나 이번에는 공정 난도가 높아지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상용화를 위해 양사 최고경영진이 직접 만나 협업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2nm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수주를 가시화하면서 논의 단계가 더 격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데브간 CEO가 방한한 것은 2021년 말 케이던스 대표로 취임한 후 두 번째다. 그는 2022년 10월 한국을 찾아 고객사와 케이던스코리아 임직원과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언론과 만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EDA 툴과 클라우드 서비스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심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국내외 반도체 EDA·IP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