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라고?”…'푸틴 정적' 나발니 사망에 의문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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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집회.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옥중 사망하면서,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교정당국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나발니가 시베리아야말로-네네츠크주 제3교도소(IK-3)에서 수감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가장 혹독하다고 평가받는 교도소로 이감된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당국은 그가 사망 당일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했으며, 얼마 안 가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응급 의료팀이 현장에서 소생을 시도했으나 깨어나지 못했다며 “응급 의사들은 죄수의 사망 판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후 당국은 나발니 측에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사인을 전달했을 뿐, 시신 인도를 거부해 의혹을 키웠다. 돌연사 증후군은 뚜렷한 이유 없이 급사했을 때 내려지는 진단이다.

당국은 나발니 유족 측에 나발니의 시신에서 범죄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 완료 전까지 시신을 인도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영안실에서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나발니 측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는 엑스(X · 옛 트위터)에 나발니가 숨진 교도소 인근 마을 살레하르트 소재 영안실을 찾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며 “변호사가 출입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했지만 '나발니의 시신은 영안실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나발니는 지난 10년 간 푸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주요 야권 인사다. 지난 2020년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가 살아남은 이후로도 정부 비판을 이어갔으며, 2021년에는 결국 극단주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기, 법정 모독 등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의 사망이 단순 건강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푸틴 대통령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러시아 대선이 한달을 앞둔 현 시점에서 '돌연사'하자 푸틴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계 인사들 또한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러시아인들이 모여있는 전 세계 각지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당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수백 명의 러시아인들이 대사관 밖에 모여 그를 추모했으며,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푸틴은 살인자”, “용서하지 않겠다”같은 글이 써진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인들이 다수 이주한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과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라트비아 등 유럽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푸틴은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독재정치에 맞서 용감하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단결을 자극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다만 푸틴 측 인사들은 나발니의 죽음이 러시아의 '적'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푸틴 암살설'에 반박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나토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의 형태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를 노출하는 행위”라며 “(사망 원인이 조사 중임에도) 서방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사망한 '반푸틴' 세력은 5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을 비판한 민영 석유사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2022년 9월 사망했으며, 무장 반란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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