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은 세계 최대 규모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공룡으로 몸집을 키웠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한국 배터리 제조사 공급망 진입도 추진하며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장비 업체로는 선도지능(우시리드인텔리전트)이 꼽힌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 2022년 기준 139억3235만위안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2조5723억원에 이른다. 국내 주요 배터리 장비업체로 꼽히는 피엔티의 2022년 매출이 4178억원, 원익피앤이 매출액이 288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6~8배에 이르는 규모다.
선도지능은 전극, 조립, 화성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만드는 종합 장비 업체다. 중국 CATL, 비야디(BYD) 등 자국 배터리 업체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 중국 공장에도 장비를 납품했다. 스웨덴 노스볼트와 프랑스 ACC에도 장비를 공급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안양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직접 진출을 시작했다. 한국어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항커커지는 배터리 활성화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SK온 헝가리, 미국 배터리 공장에 장비를 공급하며 국내 공급망에 진입했다. 항커커지 2022년 매출액은 34억5413만위안(약 6377억원)이다. 회사는 최근 지난해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순이익이 8억2000만위안에서 9억2000만 사이로 전년 동기 대비 67.1~87.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커커지는 실적 전망 자료에서 “에너지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수혜를 받고 있으며 시장 수요에 따라 회사의 최근 수주가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생산능력 확장으로 비용 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매출 총이익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생산국이기도 하다. 중국의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전구체(CNGR, GEM), 양극재(샨샨, 롱바이) 음극재(BTR, 즈천과기, 샨샨), 전해액(캡켐, 궈타이화룽), 분리막(상하이에너지, 시니어) 등 중국 기업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음극재 업체 BTR의 2022년 매출액은 256억7867만위안(4조7387억원)에 이른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샨샨 역시 2022년 매출액 규모가 21억161만위안으로, 우리 돈 4조원 규모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업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품업체 커다리도 2022년 매출이 86억5350만위안(1조5976억원)으로 조 단위를 넘어선다.
중국 소부장 업체들의 외형 확대는 현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발판이 됐다. 중국화학물리전원산업협회(CIAP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국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738GWh 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장비사들은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풍부한 생산 경험과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활성화 공정 장비의 경우 국내 업체들과 기술 격차가 적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 만큼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