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나 치주질환 등으로 치아가 빠졌을 때 흔히 '임플란트' 치료로 이를 해결한다. 치아 부재를 인공치아로 대체하는 임플란트는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치료법이다.
임플란트 치료법이 이제는 치아를 넘어 우리 장기 중 가장 복잡하고 수많은 난제를 가진 뇌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뇌 기능 장애로 인해 신체 일부를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뇌 임플란트를 통해 장애 극복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장애 극복 외에도 공상과학(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상상만으로 디지털 기기의 모든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도 실현될 전망이다. 뇌 임플란트 기술을 통해 인간은 이른바 '포스트바디' 혁명을 앞두고 있다.
임플란트는 심거나 끼워 넣는다는 사전적 의미로서 의학적으로는 익히 알고 있는 인공치아 외에도 인위적 장치나 보형물을 몸에 심어 넣는 것을 뜻하는 범용적 의미로 쓰인다. 인공치아 외에도 인공뼈와 같은 활용 사례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뇌 임플란트 또한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관련 연구들을 통해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함으로써 뇌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기 신호를 컴퓨터를 통해서 해석하고 조종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한 종류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어져 온 지 오래다.
이러한 시도는 이제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최근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럴링크는 뇌에 칩 이식을 통한 손상된 뇌 기능 회복을 목표로 2016년 설립된 회사로 2019년 사람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 전극과 초소형 칩(N1)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 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인터페이스 장치 실험을 통해 시각 장애인의 시력 회복 가능성을 열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5월 뉴럴링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간 대상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 승인 8개월 만에 첫 환자에게 이식을 마쳤다. 뉴럴링크는 첫 이식 이후 환자의 빠른 회복과 함께 이식된 장치도 정상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첫 이식에 사용된 제품은 '텔레파시'로 뉴럴링크에 따르면 이식을 통해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뉴럴링크는 앞으로 뇌 기능 장애로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초기 사용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또한 뉴럴링크처럼 뇌 임플란트 연구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도 최근 BCI 기술의 하나인 '신경 전자 기회(NEO)' 개발을 완료하고 첫 환자 이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되면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이식을 진행, 현재 신경세포 손상 없이 재활치료를 거쳐 의수를 통해 사물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뇌 임플란트를 통해 이처럼 환자들이 신체 기능 회복 등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뇌에 이식되는 장치가 뇌 안쪽 운동 피질에 있는 뉴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 후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고 과정에 있어 운동 피질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동을 위해 팔다리와 같은 신체 외부 기관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뇌 임플란트는 실제 생각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움직이라는 명령 등을 기반으로 뇌의 계획을 기록할 수 있는 개념이다.
다만 뉴럴링크나 중국과 같은 임상시험 사례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뇌 임플란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뇌에 이러한 장치 이식을 함에 따른 장치 내 칩 과열 등으로 뇌 조직 손상 가능성 등이 줄곧 제기되는 것이다.
과학계 일부의 기술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 뇌 안에 서로 떨어져 있는 뉴런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신호를 교환하며 전기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뇌 임플란트를 통해 다량의 전극 신호를 발생시키더라도 신경전달물질과의 결합에서 불안정함을 나타내는 기술적 한계가 따를 것이란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논쟁이 되고 있다. 뇌 임플란트 발전에 따라 인간의 내적 불안정 사고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현실화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함과 동시에 해킹 시도 등으로 사회적 마비 또한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뇌 임플란트라는 신기술 연착륙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합의가 보다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포스트바디라는 혁명 앞에서 신기술과 위험성이라는 양면의 대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