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KBS) 등 34개 지상파방송사업자 141개 방송국의 재허가를 31일 의결했다.
지난달 29일 김홍일 위원장이 취임한 후 이틀 만인 31일 지상파 재허가 만료 시한이 도래했으나 방통위는 141개 방송국 자료를 심도있게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기, 결국 한 달 만에 의결이 이뤄지게 됐다.
방통위는 '2023년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세부계획'에 따라 시청자 의견청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심사, 현장점검 등을 했으며 지난해 11월 이재진 한양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11인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재허가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141개 방송국 가운데 총점 1천점 중 700점 이상 방송국은 KBS제1UHDTV방송국(700.60점)이 유일했다. 이어 650점 이상 700점 미만 방송국은 SBSDTV방송국(696.60점) 등 52개, 650점 미만 방송국은 광주MBC AM방송국(628.59점) 등 88개로 평가됐다.
700점 이상을 받은 곳은 5년, 650점 이상을 받은 곳은 4년의 허가 유효기간을 부여해 재허가를 의결했으며, 650점 미만을 받은 곳은 3년의 허가 유효기간을 부여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특히 방통위는 조건부 재허가 의결에 앞서 650점 미만 평가를 받은 28개사 88개 방송국 중 방송사업 운영 능력 및 향후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8개사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법과 방송법에 따라 청문을 실시했다.
청문대상사업자는 제주문화방송, 여수문화방송, 엠비씨충북, 울산방송, 광주방송, 청주방송, 제주방송, 경인방송라디오였다.
방통위는 청문을 통해 재허가 평가 미흡 사항에 대한 원인 분석 및 개선 방안, 향후 방송 사업에 대한 계획과 의지 등을 확인했다.
대상 사업자가 조건부 재허가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재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재허가 대상 사업자에 대해 재허가 세부계획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강화, 경영 투명성 및 자율성 제고, 지역방송 콘텐츠 투자 유도, 방송 제작 상생 환경 조성, 시청자 보호 강화, 지상파 초고화질(UHD) 활성화, 재무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한 재허가 조건 및 권고사항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조건 부과 합리화를 위해 정책목표를 달성한 조건 및 이미 법령 등에 의무가 부과된 사항 등은 조건에서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재허가 조건은 직전 재허가 대비 57개에서 40개로 30%, 권고사항은 직전 재허가 32개에서 14개로 5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650점 미만인 곳이 88개나 되는 것은 큰 문제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TV에 비해 라디오가 저조한 것이 주요한 요인인데, 지상파 사업자들이 방송법이 부여한 공공성과 공정성 부응이라는 법적인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지상파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있어 주된 역할을 한다”며 “재허가를 단순히 정부로부터 허가권을 받는 행위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공적인 책임을 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그 책임 이행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방송의 공적인 책임을 제고하면서도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고 허가 승인 유효기간을 확대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