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통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국내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미콘 코리아 2024' 기조연설을 맡아 “AI 반도체 가격이 고가라 삼성전자와 협업해 AI 반도체를 개발했고 시제품까지 만들었다”며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성능 저하 없이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GPU와 함께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9600Gbps 속도의 LPDDR5T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최대 성능에서 소비전력인 열설계전력(TDP)은 150W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90%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선언하고, 위탁생산 업체를 만나 협의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AI 반도체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다.
한 센터장은 국내 이용자를 위한 생성형AI 개발은 필수적이라고도 강조했다. 과거 AI와 달리 생성형 AI는 학습 과정에서 지식뿐 아니라 문화, 역사 가치관, 사회규범 등까지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단순 작업 결과는 우수할 수 있으나 사용자 문화권과 맞지 않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AI 서비스에서의 네이버 경쟁력도 소개했다. 검색 엔진 서비스로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한국 문화 학습에 사용할 수 있고, 개발한 생성형 AI를 적용해 사업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200여개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아직 AI가 전 산업 영역으로 퍼진 게 아니다”며 “사용자가 늘고, 트래픽 부담이 커질수록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