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무는 정권교체론을 이겨내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현재 선거 구도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했을 당시 일부 여당 인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약간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보수당의 대선 후보가 됐던 박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 프레임에 맞서 세력 교체를 꺼냈다. 자신을 찍는 게 사실상 정권교체라는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진보 세력이 주장한 '반 MB정서'를 무력화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
최근 흐름을 보자. 한 비대위원장이 이른바 '자신만의 정치'를 살짝 선보이자 윤 대통령 측은 불만을 제기했다. 특정 언론사의 단독 보도로 대통령 의중이 전달되고 한 친윤 의원은 정보를 확산했다. 사태가 커지자 둘은 재난 현장에서 만나 화해로 마무리 했다.
이 장면은 과거 이준석 전 대표가 쫓겨났던 방식과도 유사하다. 대선 당시 윤핵관은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의중을 특정 언론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흘렸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잠적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둘은 어색하게 화해했지만 현재 두 사람 관계는 파탄 났다.
정부·여당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흔들린 우정'이 봉합됐다고 본다. 가사처럼 '누군가 둘 사이를 질투해 시험했던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낮고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과 한동훈은 차별화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초유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간 '흔들린 우정'이 총선에서 어떻게 결론날 지 지켜볼 일이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