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프리미엄 TV 제품군 강화 및 패널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한 삼성과, 고객사 확대가 필요한 LG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3700만대 정도를 판매하는 세계 1위 TV 회사다. 글로벌 TV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중국의 추격은 빨라져 이를 돌파할 무기로 삼성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 즉 차별화된 TV로 OLED TV를 준비했다. 2022년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퀀텀닷(QD)-OLED 패널을 기반으로 55형과 65형 제품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77형과 83형을 추가했다.
삼성은 83형에서 LG디스플레이와 첫 손을 잡았다.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해서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QD OLED 패널을 만든다. 단, 55·65·77형에 국한된다. LG디스플레이는 40형대부터 88형 OLED까지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OLED가 필요했고, 50~70형에 국한됐던 OLED TV 라인업을 40~80형대까지 확장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협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삼성은 LG디스플레이의 77형과 83형 OLED로 TV를 개발했다. 그러나 출시는 83형 1제품만 이뤄졌다. OLED 패널 구매가 10~20만대에 그쳤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공급하는 패널이 4종으로 늘어나 규모도 70만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이 OLED 외 LCD에서도 LG디스플레이와 협력을 확대하는 건 삼성의 또 다른 프리미엄 TV 'QLED' 때문이다. QLED TV는 △QD 필름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액정표시장치(LCD)를 조합한 제품으로 삼성이 최상위 프리미엄 TV로 밀고 있다.
QLED는 LCD가 필수다. 양질의 LCD는 QLED TV를 만드는 선행 조건으로, IPS 등 품질이 우수한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변화가 생긴 공급망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그간 BOE 등 중국에서 LCD를 수급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지난해 BOE와 소송까지 번졌다.
LCD가 필요해진 삼성은 LG디스플레이에 협력을 제안했고, 양사는 LCD 뿐만 아니라 OLED까지 큰 틀의 협력 강화로 이어진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확보가 급한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OLED 패널 거래량도 늘리는 데 성공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LG OLED TV '협공'…中 추격 떨친다
관심은 삼성전자가 올해 OLED TV 시장 경쟁에 본격 합류함에 따라 글로벌 TV 시장 판도 변화에 쏠린다. OLED TV 시장은 지난 2013년 1월 LG전자가 최초로 OLED TV를 출시한 후 소니 등이 가세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 비중은 전체 글로벌 TV 시장에서 약 3~4%다. 매출 기준으로는 10% 이상 차지하지만 전체 TV 시장 규모 대비 OLED TV 출하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 TV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삼성이 OLED에 힘을 실음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양사 계약은 세계 1위 TV 업체와 세계 1위 대형 OLED 패널사 간 협력이란 점에서 중국에 밀려난 한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찾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다. 중국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첫 10.5세대 LCD 공장을 가동하는 등 맹추격하면서 2021년부터 1위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업으로 OLED TV 제품군 확대뿐만 아니라 LCD TV 사업 전반에 걸쳐 중국산 패널 의존도를 낮추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LG디스플레이에서 수급하는 LCD는 500만~600만대다. OLED를 더하면 LG에서만 연간 600~700만대 정도를 공급 받고, 연간 생산능력이 200만대인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까지 포함할 경우 삼성은 연간 1000만대 패널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서 조달하게 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