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고액 자산가(슈퍼 리치) 250여 명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도록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공개서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자랑스러운 지불(Proud to Pay)'이라는 제목의 서한에는 디즈니 상속자 애비게일 디즈니와 록펠러 가문의 발레리 록펠러, 할리우드 유명 배우 겸 작가 사이먼 페그, 배우 브라이언 콕스 등 17개국 갑부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자신들을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하고 불평등은 전환점(tipping point)에 이르렀고 경제 및 사회적, 생태적 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날로 심각해지는 만큼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3년 동안 요청해 온 간단한 질문, '막대한 부에 언제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답이 없어 놀랐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에도 퍼 리치 205명이 비슷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낸 바 있다.
이들은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자신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자녀들을 부족하게 만들거나, 국가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이고 비생산적인 개인의 부를 공동의 민주주의적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애비게일 디즈니는 성명에서 “오늘날 대중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하는 포퓰리즘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이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에게 용기를 발휘해 자신들의 막대한 부에 세금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지난 15일 다보스 포럼 개막에 맞춰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팬데믹 시작 후 약 3년간 세계 5대 부자의 자산이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안에 사상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탄생하겠지만, 빈곤은 또 다른 229년간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한과 함께 공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부유층 다수가 자기 재산에 대한 증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4%가 생활비용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세금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58%는 1000134억원) 이상의 재산 보유자에 대한 2%의 부유세 도입을 지지했으며, 54%는 과도한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해당 설문 조사는 100만달러(13억4000만원) 이상 투자 자산을 보유한 주요 20개국(G20)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