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ICT융합산업 법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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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순 한국ICT융합협회 회장

2024년 올해는 최첨단 초연결 정보통신기술(ICT)융합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등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의 출발은 관련법 제·개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ICT업계를 둘러싼 제도 개선사항은 산적한 상태다. ICT관련 법률 제·개정 상황만 두고 볼 때, 전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퍼스트무버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분석이다.

실제 빅데이터·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생태계의 산업혁신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AI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과 인공지능교육진흥법안 등 13건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기존 산업의 혁신을 촉진해 산업구조를 재정립하는 한편 창출하는 수익이 2017년 6조원에서 2025년에는 119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온라인플랫폼관련법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한 22개 법안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 계류 중이다.

제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2020년 7월 13일 입법발의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의 골자는 2019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고, 모든 상품군에서 거래액이 증가하는 만큼 온라인판매중개업자와 온라인판매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더욱 심각하다.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단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창작자 개인이 불리한 위치에서 저작권 계약을 체결해 저작권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만큼 계약공정의 원칙이 반영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39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유산, 리걸테크, 트래블테크, 모빌리티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계류 의안만 658건에 달한다. 21대 국회 총 계류의안은 1만6503건이다. 이 법안 대부분 제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입법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처리 여부는 별개 문제다.

아울러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소관위원회인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집배관 보건안전 및 복지 지원법안을 비롯해 62건이 입법예고 중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법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채 규제 해소를 운운할 경우 자칫 규제의 불확실성만 증폭시켜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입법은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주권재민의 출발은 입법이고,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총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졸속·과잉 입법으로 인한 입법병목은 국회 스스로 행정부 견제기능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입법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눈여겨볼 만하다. 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사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30일 동안 5만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경우,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 등 18건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됐고, 늘봄 비교과 교사 체제·늘봄 특별법 추진 중단에 관한 청원 등 87건이 계류 중이며,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유방암 4기 항암제 신약인 트로델비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청원 등 94건이 진행 중이다.

국민동의청원의 가장 큰 장점은 국민과 국회의원 간 소통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협회·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제도 개선사항을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초선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법·제도 개선에 대한 의욕은 높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현황파악은 쉽지 않아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국민동의청원이 활성화되면 국회의원실 입법비서를 중심으로 해당 상임위원회와 관련한 법률 제·개정 사항을 파악할 수 있고, 특정 법률을 중심으로 관점을 달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법률 제·개정을 둘러싼 협회·단체 등 사회적 갈등을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국민 누구나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국회에 직접 청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국회로 전달할 수 있다.

물론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NGO 등을 중심으로 적잖은 시도가 있었으나 5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5만명 동의를 얻은 경우 처리과정은 물론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국회 또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줄여나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협회·단체간 품앗이 방식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나서는 'Law-boat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끈다. 2024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가 AI기업으로 장을 시작하여 막을 내렸다. AI 기술을 결합한 ICT융합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다양한 법·제도 정비를 위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의 역할 중 첫 번째는 입법이다. 헌법 개정안 제안·의결권, 법률 제정·개정권, 조약 체결비준·동의권이다. 예산안 심의나 결산심사 등 재정을 비롯해 국정감사·조사권 등 일반 국정, 초청·방문외교활동이나 국제회의 참석 등 외교활동 등 30여 가지 역할 중 입법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률안이 1만6000건을 넘어서는 현실은 입법병목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것이고, '할 일 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의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할 일 하지 않는 국회'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오는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새롭게 출발한다. 입법부인 국회의 본연의 업무가 입법, 즉 법률 제·개정이라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다함께 풍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위하여 올해 산·학·연·관이 협력하여 국민동의청원을 비롯한 국민의 뜻에 접근하여 지속가능한 민생안정을 대변하려는 의지를 선거공약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크게 기대해 본다.

백양순 한국ICT융합협회 회장 bys8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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