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부진을 겪은 주요 게임사가 연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맸다. 수익성이 낮은 게임 서비스와 사업을 접고 개발팀,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체질개선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지도 높은 대형 게임사와 관련 업체가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직원을 정리해고하며 칼바람이 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게임즈가 지분 44%를 보유한 개발사 스페이스다이브게임즈는 지난해말 임직원 100여명이 모두 퇴사했다. 라인게임즈 핵심 신작 라인업으로 6년 가까이 공들여 준비해온 '퀀텀나이츠' 개발이 중단되면서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판사 출신 박성민 대표를 선임한 후 전체직원 10%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해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올들어서는 출시 한달이 채 안 된 게임의 개발팀조차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선보인 창세기전:회색의 잔영 개발사이자 자회사인 레그스튜디오 콘솔 개발팀 해체 결정을 내렸다. 관련 인력 일부는 창세기전 모바일 개발사 미어캣게임즈로 이동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합류한 법조인 출신 전문경영인이자 인수합병(M&A) 전문가 박병무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진행 중이다.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하향하는 가운데 많은 기대를 걸었던 핵심 신작 '쓰론앤리버티(TL)'는 다소 아쉬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가 부진한 트릭스터M 정리와 함께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트리브 폐업도 결정했다. 오랜 시간 지속돼 온 가족경영을 해체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3인 체재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해말에는 인공지능(AI) 금융사업에서 철수하며 관련 조직을 해산했다.
PC 역할수행게임(RPG) 소울워커를 만든 중소 개발사 라이언게임즈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 제작진 6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스마일게이트와의 소울워커 퍼블리싱 계약 종료 후 자체 운영으로 전환했으나 이용자가 이탈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소울워커 서비스는 밸로프로 이관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언리얼엔진·포트나이트 등으로 잘 알려진 에픽게임즈와 게임엔진 유니티, 일렉트로닉아트(EA), 너티독 등 대형 게임사와 유관업체가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했다. 게임용 메신저·커뮤니티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디스코드 또한 전체 인원 17% 달하는 170명을 내보낸다.
2023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이상 감소한 9조3979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30% 이상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국내 게임 이용률 또한 하락세를 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시장 불황 장기화로 코로나19 시기 개발자를 대거 영입하고 회사 규모를 키운 여파가 인력감축 기조로 이어지는 양상”이라며 “올해는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고 글로벌을 겨냥한 신작 출시로 반등 기회 모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