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트럼프, 앤드루 왕자'…성 착취범 엡스타인 문건 열렸다

Photo Image
2008년 재판을 받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구치소에서 자살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이날 과거 엡스타인 사진 기록과 재판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성 착취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범죄를 도운 전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낸 명예훼손 소송 관련 자료다. 이들의 이름은 재판 과정에서 비공개로 처리됐으나 지난달 뉴욕 법원이 공개를 결정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목숨을 끊기 전까지 본인 소유의 버진아일랜드 섬에 미성년자들을 데려와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맥스웰은 이를 도운 혐의로 2021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Photo Image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총 943쪽에 달하는 문건에는 엡스타인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어린 여성을 좋아한다”며 “그와 수차례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는 증언, 피해 여성이 영국 앤드루 왕자,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 마빈 민스키,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 글렌 더빈, 프랑스 모델 기획사 전 사장인 장뤼크 브뤼넬과의 성적인 접촉을 강요당했다는 주장 등이 포함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도 등장했다. 엡스타인이 피해자 중 한 명인 쇼베르그에게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카지노 중 한 곳에 가자고 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과시한 적이 있다.

앤드루 영국 왕자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진술한 여성은 2001년 뉴욕 타운하우스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기 가슴을 만졌다고 밝혔다. 17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주프레한테 민사소송을 당한 앤드루 왕자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2022년 거액의 합의금에 동의했다.

별세한 가수 마이클 잭슨과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도 엡스타인의 플로리다주 맨션을 방문한 것으로 나온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등이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개된 문건 속 인사들은 대부분 범죄 혐의는 없지만,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명성에 흡집이 났다.

뉴욕의 유명 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고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편,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문건은 약 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되지 않은 문건은 이달 중 추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