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이 연구개발(R&D)과 정부 지원에는 강점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 수준, 국제 경쟁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및 대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으로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으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AI 생태계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일 전자신문은 국내 AI 전문가 13명과 챗GPT 3.5 및 4.0에 한국 AI 산업 경쟁력에 대해 동일한 질문을 던져 답변을 얻었다. 13명의 AI 전문가는 한국 AI 산업 경쟁력을 100점 만점에 76.3점으로 평가했다. △R&D활동 △산업생태계 △정부정책 및 지원 △국제협력 및 경쟁 △인재양성 및 유지 등 5개 분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전문가들은 R&D 활동에 평균 16.8점(이하 평균)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정부정책 및 지원(16.1점), 인재양성 및 유지(14.9점), 국제협력 및 경쟁(14.5점), 산업생태계(14점) 등이 뒤를 이었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까지의 정보만 보유한 챗GPT3.5는 한국 AI 경쟁력을 80점 이상 또는 90점으로 평가했지만, 최신 정보까지 보유한 챗GPT4.0은 총점을 79점으로 평가했다. 3.5와 4.0 모두 연구개발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산업분야 AI 적용·국제시장에서의 위치 항목은 낮게 평가했다. 정보가 최신화된 4.0은 3.5보다 하위 항목에 대한 점수가 더 낮아졌다. 큰 틀에서 전문가와 시선이 일치했다.
유회준 KAIST 교수는 “AI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학회에서 한국 연구자의 우수 논문 발표가 계속되고,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연구개발이나 정책 등에 있어서는 방향 설정 및 지원 등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생태계로 연결하는, 즉 저변 확장과 활용도 제고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유사한 해법을 내놨다.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와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는 “특히 AI 칩, 클라우드 등 인프라는 거의 전적으로 해외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서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민용 블루닷 대표도 “AI의 발전 속도와 국가간 경쟁 심화를 고려할 때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재의 양적, 질적 육성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