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납치한 인질들에게 저지른 성범죄 증거가 나오고 있다. 하마스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증언이 계속해서 이어져 국제사회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은 유엔 회의에서 당시 목격자들의 경찰 진술 영상 등 증거를 공개하며 하마스에 대한 비난을 강화했다.
하마스 조직원들은 유대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에 이스라엘에 기습 침입해 1200명이 넘는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했다. 공격을 받은 곳 중 하나는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축제 현장이다. 이스라엘은 이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이 촬영한 잔인한 학살 현장을 BBC 등 일부 외신에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을 살피는 과정에서 부러진 골반 등 성폭행 흔적을 수 차례 발견했다고 전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까지 피해자들의 연령이 다양했다”고 했다.
한 목격자는 “피해자가 등에 피를 흘리며 끌려가고 있었다”며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잘라 길에 던지고, 다른 남자에게 넘기자 그 남자가 성폭행을 저지르며 (피해자의)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고 묘사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당시 구덩이에 몸을 숨겨 살 수 있었지만 “피해자가 '강간당하고 있다'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간절히 돕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는 몇 분 후 총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완전히 무력했다”고 애통해 했다.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해 투입된 이스라엘 군인은 “일부 여군 시신은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채 들어왔다”며 “어떤 피해자는 피 묻은 속옷만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자원봉사자는 임신부 뱃속의 태아까지 살해한 모습을 봤다거나,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살해된 여성들이 있었다는 증언도 내놓았다.
살아남은 피해자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은 없다고 이스라엘 측은 말했다. 또한 일부 생존자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메이 골란 이스라엘 여성부 장관은 “대다수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살아남은 아주, 아주 적은 피해자들은 저는 물론 정부나 언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히브리대 데이비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법률 전문가인 코차브 엘카얌-레비 박사는 “하마스가 이라크의 IS와 보스니아 사례로부터 여성의 신체를 '무기화'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며 “그들이 여성들에게 저지를 세부사항을 아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고 분노했다.
이스라엘군(IDF)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가 언론에 제공한 문서를 보면 피해자들의 생식기가 훼손됐다는 내용이 담긴 부분도 많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생식기도 훼손됐는데 시신 매장에 참여한 봉사자는 “조직적으로 생식기 훼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공격 과정에서 성폭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옷이 벗겨진 채 끌려가는 인질의 모습 등 관련 증거가 확산돼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 여성기구는 지난주 하마스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그런 공격 와중 성별에 바탕을 둔 잔혹행위와 성폭력이 벌어졌다는 다수의 진술이 나온 것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