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 녹음기능을 갖춘 유선전화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이초 사건 등 폭언을 통한 교권침해 사건 예방을 위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유선전화 녹음 저장 만으로는 개인정보 관련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W)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024년 학기 시작전 녹음전화기 설치를 위해 각급 교육청 별로 구입예산 책정이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 통신환경 구축비 지원 사업으로 올해에만 3차례에 거쳐 8억5000만원을 투입해 녹음이 되는 전화기와 ARS 안내멘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에도 관련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기교육청과 충북교육청도 각각 12만대, 4만대 이상 녹음 전화를 내년에 설치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 관련 유선전화 구입 시장이 수백억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녹음 기능과 메모리를 갖춘 유선전화가 때아닌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국내 유선전화 산업은 사실상 사양길로 접어든 가운데 비싼 미국업체 또는 빠른 조달이 가능한 중국 업체가 관련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중심의 접근을 조언했다.
산업안전법·민원처리법에 따르면 각급 학교를 포함해 사업주(행정기관장)는 근로자 중 전화고객 응대근로자(공무원)를 폭언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폭언예방 음성안내와 녹음을 할 수 있는 환경(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근로자(공무원)이 가해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원할 경우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방식대로 녹음 데이터가 유선전화에만 저장될 경우,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녹음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되므로 교사 등 개인이 규정을 모르고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잘못 관리하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반면 개별 전화 녹음내용을 교사의 개인적 관리가 아닌 기관 차원에서 규정에 따라 임명한 정보보호담당자가 관리하도록 해 증거제출 등 용도로 엄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유선전화 녹음기능을 개별 단말차원에서가 아니라 SW로 구현해 PC·클라우드 결합하거나, 서버장비 등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보보호책임자가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중에는 이미 통화 녹음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SW·솔루션이 출시돼 있다.
국내SW 기업 관계자는 “교육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정보보호대책을 수립한 후 각급 학교에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며 “기업도 녹음기능 환경 시스템과 연동되는 유선전화와 시스템을 진화시켜 산업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