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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생산라인. (사진=BOE)

중국 BOE가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서면서 증착기 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착기는 패널에 유기발광층을 형성하는 장비다. 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OLED 증착기는 그동안 캐논토키·알박 등 일본 장비가 강세를 보였지만 국내 선익시스템도 도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8.6세대 OLED 구축에 630억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1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노트북·모니터용으로 늘어나는 OLE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6세대 대비 생산성 높은 8.6세대 OLED 라인을 짓겠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기판이 되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뜻한다. 8.6세대는 가로가 2290㎜, 세로가 2620㎜로 기존 6세대(1500㎜×1850㎜) 대비 면적이 2배 이상 크다. 공정 한 번에 더 많은 OLED 패널을 만들 수 있어서 생산성이 뛰어나다.

8.6세대 양산의 핵심은 증착기에 있다. 증착은 유기물을 가열하는 방식으로 기판에 붙여 픽셀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8.6세대는 기판 크기가 커지는 만큼 고른 증착을 위한 새로운 장비 도입이 필수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8.6세대 증착기를 놓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과 가격 등 종합 분석에 들어가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간 수주 경쟁이 시작됐다.

캐논토키는 OLED 증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가동 중인 6세대 장비도 캐논토키가 대부분 공급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비 중인 8.6세대 라인에도 캐논토키 장비가 들어갈 예정이다. 캐논토키 장비는 대당 가격이 1조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지만 성능과 안정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최근 선익시스템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디스플레이 업황이 악화되면서 고가의 캐논토키 장비에 대한 투자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선익 장비는 캐논토키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선익시스템 증착기가 캐논토키보다 가격이 낮고, 납기도 더 빠르다”며 “여러모로 이점이 많아 BOE가 선익시스템을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결정적으로 8.6세대 OLED의 핵심 고객사가 될 애플이 선익시스템 장비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간 대결 구도가 더 형성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검증된 장비 사용을 선호해 캐논토키 증착기 사용을 요구해왔다. 삼성, LG, BOE 등이 6세대에서 캐논토키 장비를 쓰게 된 큰 이유다.

그러나 독점 공급 체제가 되면서 부담이 커졌고,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선익과 손잡고 8.6세대를 준비해 애플 승인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8.6세대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 했으나 기술 및 공정 개발 등 제반 준비는 마친 상황이다.

삼성에 이어 BOE까지 8.6세대 투자를 결정한 만큼 LG디스플레이의 투자도 조만간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한 번 양산 경쟁에서 밀려나면 회복이 쉽지 않은 산업이다.

선익시스템이 8.6세대 OLED 증착 장비를 BOE와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핵심 공정 장비를 국산화하는 사례다.


선익시스템 관계자는 “8.6세대 증착 장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