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상당수가 구조조정에 착수한 가운데 폐업 위기에 직면한 곳도 적지 않다. 대기업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한국 사업 축소라는 극약처방을 단행했다.
태양광 업계 위기는 예견됐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판가 하락으로 국내 기업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태양광 때리기'가 본격화됐다. 또 내수 시장을 지탱해 온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한국형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FIT) 등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가 동시에 축소 또는 일몰됐다.
관련 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3년 만에 반토막났다. 2020년 5GW에 육박했던 설치량은 올해 2.7GW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업계의 생산능력이 10GW 안팎으로 추산되는 것을 생각하면 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급 불균형이다.
산업계는 정책 불확실성을 원망한다. 불과 몇 년 전 GW단위의 태양광 보급 계획이 발표됐지만 현재는 기피 대상이 되면서 존폐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내수 시장을 겨냥해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당시 결정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태양광 산업은 정책 콘트럴타워는 물론 정부의 지원 의지도 보이도 않는다”면서 “정작 RE100 대응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 수요를 본격 발생할 때 우리 기업이 남아 있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