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의 인증 대상 폼목이 중대형 가전으로까지 확대된다. 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서비스 수요가 높은 가전까지 인증 영역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표준 확산이 예상된다. 중국 가전 업체들은 가장 먼저 표준 적용에 나서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단체 '커넥티비티 스탠다드 얼라이언스(CSA)'는 최근 '매터(Matter) 1.2' 버전을 발표했다. 매터는 구글, 삼성전자, 아마존, LG전자 등 글로벌 400여 개 기업이 모여 만든 스마트홈 통신 표준이다. 이 표준을 적용하면 아마존 알렉사로 삼성전자 세탁기를 연동·제어하는 등 산업 최대 난제였던 스마트홈 플랫폼 종속성을 해소할 수 있다.
1.2버전 업데이트 핵심은 인증 대상 품목 확대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은 냉장고, 창문형 에어컨, 식기 세척기, 세탁기, 로봇 청소기, 연기·일산화탄소 경보기, 공기 품질 센서, 공기 청정기 등 8개 품목이다. 기존 스마트전구, 도어락, 온도조절기, 스마트 스위치, 스마트 조명, 모션 센서, 에어컨(벽걸이), TV까지 합치면 총 16개 품목이 인증 대상이다.
특히 1.0 버전에서 2개 품목에 불과했던 가전이 냉장고, 창문형 에어컨, 식기 세척기 등 5개로 늘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로봇 청소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사용 빈도가 높은 대형 가전이다.
매터 적용 대상이 기존 소형 IoT 기기에서 대형 가전으로 확대되면서 스마트홈 표준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터는 지난해 10월 발표 이후 1년가량 지났지만 서비스 수요가 높은 가전에 대한 지원이 안돼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치로 실제 표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월풀 등 글로벌 가전사들은 맞춤형 스마트홈 서비스 개발은 물론 플랫폼 업데이트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 업체들은 1.2버전이 공개되자마자 선제적으로 이를 적용, 초기 매터 지형을 주도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마트홈 연결성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들 보다 우위에 있는 삼성·LG 등 우리 기업은 표준 적용에 신중한 대신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고객 이탈을 막고, 장기적으로 구글이나 아마존 등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중국 TCL과 메이디그룹은 각각 세계 최초로 창문형 에어컨과 식기 세척기에 대한 매터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2월 TCL은 최초로 스마트TV에 대한 매터 인증을 받았고, 지난달 하이센스 역시 프리미엄 TV 10종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은 자사 가전을 구글, 삼성전자, 아마존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과 연동, 하드웨어(HW) 판매 강화를 우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업데이트로 매터가 가전 영역으로 본격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업체들은 HW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표준을 선제 적용하되 이미 가전 지배력을 갖춘 삼성, LG는 사태를 관망하며 중국 고객을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고객으로 끌어오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