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혁신을 외치는 혁신위가 과연 그 자격이 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혁신위 스스로 아무런 희생을 하지 않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에 '말로만' 혁신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질타로 풀이된다.
양 대표는 23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혁신위원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이라는 의미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다 양 대표가 이같은 뼈있는 조언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혁신이라는 것은 한자 의미 그대로 자신의 표피를 스스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벗겨내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고 나서는 것”이라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혁신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혁신위원은 그러면 무슨 희생을 할 것이냐. 혁신을 강요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최근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들에게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당안팎으로 갈등설이 불거졌다.
양 대표는 “혁신위가 제시하는 현신안에 감동이 있으려면 혁신위원들 먼저 희생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선 계속 겉돌 수 밖에 없고,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대표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에 이어 혁신위의 공식 회의에 참석한 두 번째 야권 인사다. 두 사람 모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슈퍼 빅텐트론'을 내세운 뒤 핵심 영입 대상으로 지목되는 대표 인물들이다.
양 의원은 여당 합류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두고 한국의희망이 창당한 상황에서 지금 합당을 이야기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면서 “2년전부터 고심해서 만든 것인데, 가볍게 합당하자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희망은 어떤 인위적 세력 규합이나 스타 인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와 비전에 기댄다”며 “그것에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서는 혁신위에 기술인재 육성 가이드라인 제시를 제안했다.
양 대표는 “모두가 다 선도국가로 가자며 패스트팔로워를 넘어 퍼스트무버가 되자고 말하고 있지만 30년째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반도체산업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세 기술과 필연산업에 대한 인적 자원들을 (어떻게) 육성해낼 거냐, 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인재 청년 비례를 몇번에 주겠다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 한정된 인적자원 내에서 어떻게 육성해낼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극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몰리는 교육의 구조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혁신위는 10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을 다음주 회의에서 정식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기로 결정했다. 일주일의 시간적 여유를 더 준 셈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