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브랜드 파괴” 비판 커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반유대주의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의 한 주주는 이사회에 그의 정직을 요구했으며, 또 다른 주주 역시 그가 브랜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투자회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라크먼 사장은 이날 성명에서 “나는 표현의 자유를 믿지만, 상장 기업의 CEO가 증오를 퍼뜨리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발표했다.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는 지난 9월 말 기준 테슬라 주식 1만 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근 머스크의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17일 엑스(X · 옛 트위터)에서 한 이용자가 '유대인들이 백인에 대한 반대를 부추긴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이에 동조하며 “당신은 진실을 말했다”고 했다.
머스크는 또한 “서방인 대다수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서방인 대다수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으로 애플, 디즈니, IBM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기업이 엑스에서 광고를 전면 중단했고 테슬라 주가까지 출렁였다.
브라크먼 사장은 이를 지적하며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가 30~60일 동안 일을 멈추고 '공감 훈련' 및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의 부와, 기술력, 사업 능력이 그 발언을 용서할 구실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그에 내재된 '악마성'을 증폭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비명을 지르는 상태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주주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거버 가와사키의 CEO이자 사장인 로스 거버는 지난주 미국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행보가 “절대적으로 터무니없다”며 “브랜드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거버는 또한 “평생 투자한 어떤 회사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예일대 교수이자 리더십 연구 학장인 제프리 소넨펠드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머스크는 최고경영자 직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만약 그가 최고경영자가 아닌, 최고기술책임자(CTO) 였으면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처럼 테슬라 주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사회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테슬라 주주이자 어드바이저 회사인 밸류엣지 어드바이저의 넬 미노우 부회장은 “이사회는 머스크를 교체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라며 “또한 그들은 그것을 할 용기가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호주 출신 기업인 로빈 덴홀름이 이끌고 있으며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 등 일론 머스크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한 머스크 본인도 4억 1100만주(전체 지분의 약 13%)를 보유한 대주주다. 머스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CEO를 교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노우 부회장은 “테슬라를 살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제 고민이 사라졌다. 단지 이제는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