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기업, 실무 인력 물색
국내 팹리스 인수·투자도 잦아져
국정원, 파운드리·후공정까지 관리
동향 파악·지원책 마련 소통 강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중국발 유출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국내 인력을 스카웃하려거나 기업 인수·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국가정보원도 이같은 움직임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인력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업계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투자처와 실무 인력을 물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 관계자가 방한, 매각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려는 국내 반도체 기업과 연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기술력을 치켜세우면서,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치면 미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기업(IDM) 우수 인력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팹리스), 후공정(OSAT),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전문 인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들이나 임원으로 승진 직전의 기업 내 핵심 실무 인재를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반도체 인력 영입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움직임은 중국 정부 방침에 그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최근 2~3년간 자국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한 중국 중앙정부가 그동안의 성과 제출을 요구하면서 한국 기업·인재 공략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세울 성과가 없는 기업의 경우, 한국 기업 인수·투자나 인력 채용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1~2년 사이 중국으로 이직한 반도체 전문가는 업계 추산 최소 100명 이상이다. 연봉 2~3배 인상 등 처우 개선 제안에 국내 IDM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지원(디자인하우스) 기업 등 다양한 전·현직 인력이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 한 파운드리 기업으로부터 현재 연봉의 3배를 조건으로 이직 제의를 받았다”며 “세부 내용을 보면 주말 출근 조항이 있어서 응하지 않았는데 2~3년 바짝 일하고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판교·정자 등 경기도 성남 일대에 R&D 센터를 만들어 우리나라 엔지니어를 채용하거나 국내 팹리스를 인수·투자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인력 스카웃과 기업 투자 및 인수 강도가 높아지자 산업기술유출을 담당하는 국정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팹리스, 후공정 등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넓혀 동향 파악과 지원책 마련 등을 위해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예전부터 관리했지만 최근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OSAT까지 반도체 산업 관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정원 활동이 기술·인력 유출을 직접 막지는 못하더라도 기업 매각, 기술 유출, 해외 이직을 고민하는 관계자들에 경각심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