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막는다

기재부, 내달 7일까지 입법예고
15%보다 낮으면 과세권 부여
고정사업장 등 국제규범 충돌
회계처리시스템 구축 등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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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한다. 세율이 낮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법인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쌓아 두고 국내 법인세를 회피해 온 기업들이 타깃이다. 고정사업장 등 기존 국제조세 규범과 충돌해 상당한 혼선이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세 전담 테스크포스(TF)와 회계처리시스템을 갖춰 선제 대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1일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국가별로 계산한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대상기업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세율(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경우, 그 차이에 대해 모기업이 소재한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합의해 현재 14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련 규정을 담은 국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이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부터 해외에 진출한 연결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까지 250여개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되며, 최초 신고일은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이영주 기재부 신국제조세규범과장은 “통상의 법인세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활동을 정리해서 (3개월 뒤인) 2025년 3월까지 내야한다”면서 “최저한세 최초 신고일은 국가별 (활동을 정리해야)해서 회계연도 종료 후 18개월 뒤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내밀한 경영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온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기업의 재무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세금을 회피해 온 다국적 기업이 주 대상이 된다. 헝가리, 베트남,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어져, 해외법인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찬우 법무법인 원 세무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조세조약상의 특례규정을 이용해 기업의 소재지를 쇼핑하듯 선정하고 페이퍼상으로만 해외법인을 설립해 법인소득세를 회피해온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면서 “법안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법인의 이익을 세금부담없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쌓아 두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디지털세 전담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사전준비 중인 기업도 있지만,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곳도 적지 않다.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디지털세 회계처리시스템을 갖춰 서둘러 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 세무사는 “고정사업장, 이전가격, 조세피난처 등 수십 년 이상 지속된 기존 국제조세 규범 문제해결 방식과 충돌해 상당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해당 기업은 글로벌 거래현황을 일정기간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진출 국가의 조세문제를 협의할 전문가 채널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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