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276가지의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 부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아칸소주 리옹 대학의 브리타니 플로르키에비치 진화 심리학과 교수와 캔자스 대학 의료 센터의 로런 스콧 의대생은 최근 인간에 길들여진 고양이들이 서로 의사소통할 때 276가지의 다양한 얼굴을 표현한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행동 과정'(Behavioural Processes)에 발표된 이 연구는 그간 '그르릉', '야옹'으로 국한됐던 고양이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본 연구 중 하나다.
먼저 연구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고양이 카페에서 53마리의 고양이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총 194분 분량의 영상에는 186번의 상호작용이 기록됐다.
이어 고양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횟수, 종류를 기록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코딩 시스템을 통해 각각의 표정을 분류했다. 여기에서 호흡과 하품 같은 생물학적 과정은 제외됐다.
그 결과 벌어진 입, 커지고 작아지는 동공, 눈 깜빡임, 코 핥기, 콧수염의 움직임, 귀의 위치 등 특정한 얼굴 움직임이 총 26가지가 확인됐고, 이 중 4가지를 조합해 총 276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각 표현의 세세한 의미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 중 45.7%는 우호적인 표현이며, 37%는 공격적인 비우호적인 표현인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는 모호하거나 두 가지 모두에 속하는 표현이었다.
예를 들어 입꼬리를 바깥쪽으로 당기고 턱을 내리는 표현은 절반 이상이 '같이 놀자'라는 표현이었고, 우호적인 표현으로 분류됐다. 이른바 '장난기 넘치는 얼굴'인데 인간, 개, 원숭이 등에서 나타나는 표정과 뜻이 동일했다.
플로르키에비치 교수는 “(고양이 관련) 연구는 매우 적으며, 대부분의 연구가 1만여 년 동안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연관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기록하고 표정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고양이와 주인들, 그리고 동물 보호소가 여러 고양이를 돌보는 데 더 큰 이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음에는 여러 집 고양이, 야생에 사는 고양이까지 표본 크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