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년 달력을 보며 '복지'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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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SK엠앤서비스 대표이사. 사진=SK엠앤서비스

집무실 한 쪽 벽에 100년 달력을 세워 두었다. 일본 이나식품공업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이 쓴 〈나이테경영.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 는 책에 소개된 100 년 달력을 보고 일본에 가서 구해왔다. 말 그대로 100 년간의 날짜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대형 달력으로,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약 100 년쯤 되는 인생의 시간을 시각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100년 달력 속에는 지나온 과거의 시간부터, 지금 현재,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구나 반드시 한번은 맞게 될 인생의 마지막 날도 들어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100 퍼센트 활용하여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필자가 신입 구성원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시간의 중요성이다. 집무실을 방문하는 구성원들에게는 꼭 100 년 달력을 보여주며 그 의미를 얘기한다. 시간의 유한성을 체감하고 소중히 여기길 바라면서 말이다.

'시간이란 소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낭비하는 죄는 우리에게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해시계에 새겨진 문구이다. 이처럼 직설적이고 근엄하게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문장을 대하면 세상에서 가장 희소하면서 가장 비싼 자원, 빌릴 수도 살 수도 없는 시간을 소중히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으로 SNS를 들여다보거나 넷플릭스 시리즈를 섭렵하다가 날이 샐 것 같아 화들짝 놀라는 등 시간을 낭비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원피스〉를 보느라 밤을 샐 뻔 한 경험이 있다.

시간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쓰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아끼는 것 이상의 요령이 필요하다. 가령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잠깐 잠깐의 자투리 시간들은 '양질의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내기가 좋지 않다. 이 점에 주목한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The Effective Executive(한국어판: 자기경영노트)〉에서 성과를 올리려면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의 연속된 덩어리 시간을 만들라고 충고했다. 이런 시간 덩어리가 바로 성과를 내기에 좋은 양질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주일 간의 스케줄을 확인해 보면 의외로 자투리 시간이나 낭비되는 시간들이 제법 많은데, 이런 일정을 잘 정리해 제거하거나 통합하는 방식으로 좀더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덩어리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필자는 복지서비스회사의 대표가 된 이후 모든 것을 복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시간도 그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감에 따라 복지로서의 시간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근무시간을 줄여 주고, 휴가를 많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MZ 세대들도 실은 조직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성장할 기회가 주어지면 맹렬하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따라서 정해진 근무시간 내에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미래의 성장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덩어리 시간을 만들어주고 워라밸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 말로 시간 차원의 중요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와 인프라가 중요하다. 필자의 회사는 엔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구성원들의 거주지 분석 결과 인천 등 경기권에 살면서 서울 도심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구성원 비율이 높아 출퇴근 시간 단축이 업무 효율과 삶의 질 향상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은 쉴 수 있는 'D-Day' 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출퇴근 시간 조정과 집중 근무를 통해 확보한 하루를 구성원에게 온전히 돌려줘 자기 계발이나 취미, 가족과의 여가 시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재택근무와 D-Day 모두 구성원들에게 활용도가 높은 양질의 덩어리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제도는 생산성 향상과 활기찬 기업 문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 개발한 근무관리 시스템'워크 매니저' 와 상시 성과관리 시스템 '프리뷰'는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워크매니저는 구성원이 본인의 근무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면 구성원은 물론 리더도 한 눈에 구성원이 일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덩어리는 확보되어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구성원을 효율적으로 리드(Lead)하고, 헬프(Help)하며, 체크(Check)해 줌으로써 성과를 높이는데 유용하다. 실제로 워크매니저 활용 고객사의 구성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워크매니저 도입 이후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답변이 60% 이상, 출퇴근 스트레스 감소로 인한 삶의 만족도 향상이 90% 이상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CEO로서 개인 시간뿐 아니라 구성원, 나아가 고객의 시간까지도 그 질에 관심을 갖고, 서비스와 솔루션을 고민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여정이다.

글: 박정민 SK엠앤서비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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