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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패키징 국제학술대회(ISMP 2023)'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렸다. 청중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도달,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구현하는 소재·장비·부품뿐만 아니라 반도체가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발열 관리도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냉각 효율성을 높여 전력 소모량을 낮추는 칩 발열 관리도 후공정 영역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KMEPS)가 27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하는 '전자패키징 국제학술대회(ISMP 2023)'에서는 반도체 패키징 전 영역에 대한 기술이 소개됐다. 연사들은 패키징 설계와 시뮬레이션, 차세대 정보기술(IT) 제품에 적용되는 소재·장비·공정 기술을 공유했다. 신뢰도 평가와 테스트 기술 발표도 이뤄졌다.

황유철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마스터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을 위한 메모리 디바이스 준비'란 주제로 발표했다. 액침 냉각은 IT 하드웨어를 비전도성 냉각유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차세대 쿨링 솔루션이다.

이는 냉각 전력을 기존 공랭식(공기 냉각 방식)보다 대폭 절감, 에너지 소비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은 높지만, 안정성이 높고 반영구적이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액침 냉각은 향후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확대로 메모리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방열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을 낮추는 게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액침 냉각 적용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온도가 280도 수준으로 올라가면 발열 제어를 위한 쿨링 솔루션 중요성이 높아지는데, 차량용 반도체는 구동시 300도 이상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액침 냉각은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기술이다 보니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공랭식 기법과 달리 액침 냉각은 기술 도입이 이뤄진 지 약 10년으로 아직 초기 단계다.

황 마스터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데이터센터에서 액침 냉각 기술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환경보호 차원에서 액침 냉각의 장점이 많지만, 아직 신뢰성과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존 반도체 소재와 부품은 모두 공랭식에 맞춰져 있어 액침 냉각에서도 정상적인 구동이 가능한지 파악돼야 한다. 또 메모리 소자의 신뢰성 측면에서 기계적·화학적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황 마스터는 “삼성전자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반도체 업계·학계가 힘을 모아 표준화된 테스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별 기업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전방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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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철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마스터가 ISMP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종집적과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첨단 패키징 구현을 위한 차세대 소재와 장비 기술도 발표됐다.

심지혜 삼성전자 프로젝트 리더는 “반도체 미세화로 패키징 배선 공정에 적합한 소재 요구도 다양화하고 있다”며 “대역폭을 높이려면 낮은 유전율과 열 팽창 계수를 지닌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세 배선 구현을 위한 소재로 고해상도 특성을 지닌 감광성 절연재(PID), 감광액(PR)을 거론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유전체와 스트리퍼 소재 개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패키징 장비 분야에서 이오테크닉스는 차세대 레이저 기술을 발표했다. 초고속 레이저를 적용한 웨이퍼 절단 시스템과 미세 홀 가공 기술을 소개했다. 첨단 패키징 영역에서 레이저 응용 기술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인데, 레이저를 활용하면 홀을 미세하게 가공할 수 있고 정밀도 개선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재경 이오테크닉스 부사장은 “반도체 초미세화에 따른 홀 정밀 가공을 구현하기 위해 고품질 레이저 빔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 광학계를 적용했다”며 “레이저 드릴링 장비에는 빔을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출사 시간과 가공 자재를 이동하는 설비 동기화 제어 기능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해외 장비사 발표도 이어졌다. 일본 디스코의 토모타카 타부치 박사는 미세 구리배선 범프 공정과 재배선(RDL)을 통해 웨이퍼의 고정밀도 평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고집적화에 따른 내부 전력 소모와 신호 지연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부연했다.

부산=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