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코드리스 이어폰 '소니 인존 버즈' 사용해보니

평소 집에서 게임을 할 때 '디스코드(Discord)'를 자주 사용한다. 팀플레이를 할 때 일일이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음성 채팅 프로그램이 훨씬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이때 게이밍 헤드셋을 사용하면 게임 소리를 들으면서 팀원과 소통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헤드셋이 양쪽 귀를 모두 덮으면 자신의 목소리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때 헤드셋 대신 블루투스 코드리스 이어폰을 사용해 봤다. 하지만 단점이 너무 많았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 데다 디스코드를 실행하면 핸즈프리 통화 모드로 전환되면서 게임 음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게다가 지연 시간이 너무 길어 게임 상황을 팀원들과 바로 공유하고 지시하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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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인존 버즈

지연 시간이 짧은 코드리스 이어폰은 없을까 찾아보는데 소니가 게이밍 코드리스 이어폰 '인존 버즈(INZONE Buds)'를 공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침 국내에서도 사전 예약을 실시하기에 바로 구매해 사용해 봤다.


■WF-1000XM5의 게이밍 버전? 인존 버즈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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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인존 버즈

인존 버즈는 기존 코드리스 이어폰과 게이밍 헤드셋의 장점을 합친 제품이다. 올해 7월 출시한 소니 플래그십 코드리스 이어폰 'WF-1000XM5'와 동일한 8.4mm 다이내믹 드라이버 X를 탑재했으며,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 소리 모드도 지원한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어폰 설정을 세세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결 방식은 블루투스와 2.4GHz 무선 통신을 지원한다. 게임엔 블루투스보다 지연 시간이 짧은 2.4GHz 방식이 적합하다. 제품 사양에 따르면 2.4GHz 모드 사용 시 지연 시간은 0.03초 미만이다. 웬만큼 예민해도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일반적인 블루투스 코드리스 이어폰의 지연 시간은 0.2초 내외로, 화면과 소리가 어긋나는 게 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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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 버즈 구성품

제품 패키지는 이어폰과 동글이 들어있는 충전 케이스와 크기별로 나뉜 이어팁 총 4쌍, USB-C 충전 케이블과 설명서로 구성됐다.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2종류다. 화이트 모델은 케이스 바깥 면과 이어폰 하우징 일부를 푸른빛이 도는 흰색으로 칠해 플레이스테이션과 잘 어울린다.

케이스에는 양쪽 이어폰 유닛과 USB-C 동글을 수납할 수 있다. 인존 버즈를 2.4GHz 모드로 사용하려면 기기에 동글을 연결한 다음 동글에 달린 스위치를 연결 기기에 따라 △모바일과 플레이스테이션 모드나 △PC 모드 중 적합한 위치로 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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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 버즈는 일반 블루투스 코덱 연결이 불가능하다

특이하게도 인존 버즈는 SBC나 AAC처럼 대중화된 블루투스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투스 LE 오디오 계열인 'LC3' 코덱만 사용 가능한데, 2023년 10월 기준 LC3 코덱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소니 엑스페리아 1 IV와 5 IV뿐이다. 다른 기기에서 인존 버즈를 사용하려면 동글을 장착해야 한다.

좌우 유닛 무게는 6.5g으로 보기보다 가볍다. 무게중심도 귀 안쪽을 향하도록 설계돼 안정적으로 장착된다. 오래 끼고 있어도 귀에 부담이 적고 배터리 지속 시간이 12시간이나 되다 보니 게임을 장시간 하는 소비자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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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 허브 메인 화면

인존 버즈를 PC에 연결하면 전용 소프트웨어 '인존 허브(INZONE Hub)'를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존 버즈의 소리 성향을 제어하고, 게임과 채팅 음량 차이를 조절하거나 노이즈 캔슬링, 주변 소리 모드, 공간 사운드 같은 부가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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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터치 센서에 커스텀 기능을 할당하는 모습

또한 인존 버즈 양쪽 유닛의 터치 센서에 다양한 기능을 할당할 수 있다. 기능은 종류에 따라 4가지 프리셋으로 제공되며, 그중에서 필요한 기능만 골라 넣는 커스텀 모드도 지원한다. WF-1000XM5를 비롯한 기존 소니 코드리스 이어폰은 프리셋 변경만 가능했는데, 인존 버즈는 비교적 자유롭게 기능을 지정할 수 있어 필요한 기능만 골라 쓰기 편했다.


■모바일 앱 부재, 노캔 성능은 아쉬워...PC 사용에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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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USB-C 단자에 동글을 연결한 모습

인존 버즈는 PC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이어폰 기능을 설정하는 인존 허브가 PC 전용 소프트웨어기 때문이다. 인존 허브로 변경한 설정은 이어폰에 저장되므로 다른 기기에 연결해도 유지되지만, 설정을 변경하려면 무조건 PC에 연결하고 인존 허브를 실행해야 한다.

모바일 앱이 제공되지 않다 보니 PC 없이 설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게 불편했다. 또한 재생·일시정지, 곡넘김 등 일부 기능은 모바일과 호환되지 않는다. 재생 중인 음악을 끄거나 다른 음악을 들으려면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해야 한다.

음질은 동일한 드라이버를 탑재한 WF-1000XM5가 인존 버즈보다 나았다. 인존 버즈를 사용하는 내내 화이트 노이즈가 선명하게 들렸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도 WF-1000XM5가 한 수 위였다. 인존 버즈의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WF-1000XM5로 대부분 줄일 수 있었던 자동차 소리나 대중교통 소음을 절반 정도 줄이는 데 그쳤다.

반면 주변 소리 모드 성능은 인존 버즈가 앞섰다. 이어폰을 안 낀 것처럼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집에서 전화나 초인종 소리가 언제 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게임할 때 매우 유용했다. 연결 안정성도 WF-1000XM5를 블루투스로 연결했을 때보다 훨씬 나았으며, 지연 시간도 체감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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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3 코덱 미지원 기기에는 USB-C 동글을 연결해야 인존 버즈를 사용할 수 있다

인존 버즈는 PC와 모바일 게임을 모두 즐기는 게이머에게 적합하지만, 아직 모바일 게임 환경에 완벽하게 최적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잡으면 동글이 걸리적거리고, 혹시라도 다른 곳에 부딪혀 단자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때도 많았다.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제품이었지만, 인존 버즈가 좀 더 완벽해지기 위해선 LC3 코덱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늘고 인존 허브 소프트웨어가 안드로이드와 iOS에도 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