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챗GPT는 우리의 일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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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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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작업 중 인공지능(AI)으로 해결 가능한 일이 무엇이 있을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몇가지 떠오른다. 예를 들면, 챗GPT를 써서 이 글을 쓰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진 않았다)

AI가 다양한 구조를 걸러내고 방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생성형 AI는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거나 심지어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할 수도 있다. 2022년 11월 AI 기반 챗봇인 챗GPT가 일반 대중에 공개된 이래로 생성형 AI는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단, 5일 만에 챗GPT 서비스 가입자는 100만명을 기록했고, 두 달 후 가입자 수는 1억명에 이르렀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 수 1억명 문턱을 넘기까지 4년 반 이상이 걸렸고, 인스타그램은 2년 반, 심지어 틱톡조차 9개월이 걸렸다. 첫 몇 주 동안 챗GPT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던 것은 신규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인 스레드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은 AI가 지금 “아이폰적인 순간”에 놓여 있다고들 한다. 즉, 새롭고 비교적 단순한 제품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용이 용이해진 결과, 일반 대중이 기존에 잘 알려져 있던 기술을 거의 하룻밤만에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챗GPT와 기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활용은 우리의 업무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또, 우리가 하는 일의 성격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물론 머크 또한 이러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필자는 4가지 가설을 통해 요약해 보려고 한다.

◇작업 프로세스 자동화는 과거의 일 - 오늘날 AI는 잘 숙련된 지식노동자를 지원한다

AI 사용이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등 공장 생산 프로세스 자동화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정형 데이터 및 정보 수집과 처리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렇기에 AI는 숙련된 지식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골드만삭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로 완전히 대체되는 일자리는 약 7%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직업 중 3분의 2는 '부분적으로' AI로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 챗GPT를 개발한 스타트업 오픈AI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과학자들은 AI 언어 모델이 대부분 일을 어떠한 식으로든 변화시킬 것이라고 추정한다. 미국에서 고용된 직원 중 80%는 담당하는 작업 중 최소한 한 개 이상이 생성형 AI를 통해 더 빠르게 수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 중 약 19%가 업무의 절반은 AI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두 연구는 모두 사무실과 관리 행정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비율이 점점 늘 것이나, 숙련이 필요한 기술이나 이미 자동화가 적용된 공장 및 기계 운영에서는 비교적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서는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머신러닝을 통해 AI로 향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AI 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KBS, 교보생명보험과 각각 AI 아나운서, 고도화된 고객지원을 위한 AI 챗봇을 개발했다. LG전자와 함께 카카오 AI 스피커인 카카오 미니를 전 LG TV 모델에 연동,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 홈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고 있다.

◇ 직무 설명, '창작자(Creator)'에서 '검토자(Reviewer)'로 바뀌다

AI가 우리가 하는 일을 더욱 더 큰 범위에서 지원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과제 역시 바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해야 했던 작업 중 일부는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미래에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체 일자리 중 반복적인 수작업을 요하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소매업, 고객 지원과 공장 작업의 대체 가능성은 매우 크다. 미래에 우리는 서신, 재고 목록, 생산 계획과 같은 콘텐츠의 '창작자'로서 일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AI가 이러한 작업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점점 더 '검토하는' 역할을 맡아, AI가 만든 콘텐츠가 정확하고 논리적인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 금지 대신 허용과 지원을 - 경영진, 길을 개척하다

AI는 우리에게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AI에 과업을 위임하는 방법을 배워 최대한 생산성 있게 이를 활용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AI를 '거부'하는 것은 유효한 선택지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작업 도구 포트폴리오에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포함시켜야 한다.

일부 회사는 여전히 챗GPT 사용을 금지하려고 한다. 내부 정보나 기밀 정보가 공공 네트워크에서 공유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근시안적이다. 이러한 혁신을 막아내기보다는 직원들에게 회사 안에서 규정에 따라 혁신 기술을 생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 지원하는 편이 더 밝은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는 머크가 선택한 길이기도 하다. 머크는 최근 챗GPT의 자체 버전으로 머크 네트워크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myGPT@Merck를 설치했다. 우연히도 머크는 이렇게 한 최초의 기업 중 하나다.

◇챗GPT는 시작일 뿐 -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으로 상상 이상의 가능성 열릴 것

챗GPT를 직접 다룰 수 없는 기업이라도 자유로운 응용은 가능하다. 플러그인(즉, 챗GPT를 통해 다른 프로그램을 액세스할 수 있게 하는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챗GPT를 통해 검색 엔진 결과를 얻고, 여행 일정을 작성하며, 가격 비교, 코드 실행, 문서 접근 등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yGPT@Merck와 같은 회사 내부용 챗봇을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에 연동할 경우, 제조, 물류, 공급망, 회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 또한 한국 스타트업에서 인기 있는 트렌드다. 여행 숙박 및 서비스 회사인 마이리얼트립은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챗GPT로부터 실시간 조언을 제공한다. 또 의료 정보 제공업체인 굿닥은 챗GPT를 자체 앱에 적용, 수술 등 건강 관련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변화의 시점이 다가왔다. AI를 향한 흐름은 멈출 수 없다.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의 시장 진출 속도와 그 역동성은 실로 막대하다. 이와 연관된 기대치 또한 매우 높다. AI는 인간과 프로세스의 생산성을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품질, 혁신 역량과 우리 제품의 공급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AI를 경쟁력 유지에 결정적인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생성형 AI 활용 증가에는 위험, 특히 윤리적 성격의 위험이 따른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미지와 글을 보며 사실과 허구를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거나, 지금 나누는 대화의 상대방이 인간인지 AI인지 모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소통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머크는 디지털 맥락에서 윤리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공하는 디지털 윤리 강령(Code of Digital Ethics)도 개발했다. 이러한 원칙을 중요한 프로세스에 통합, 적용해 작업의 가장 첫, 시작 단계부터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면 이제 결정적 질문 하나만이 남는다. 바로 'AI가 고용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서두에서 AI가 일자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보다는 일자리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 필자는 AI가 대부분 경우 인간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나,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이를 다룰 수 없거나 다루려 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CEO) communication.mkor@merckgroup

〈필자〉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회장은 1965년생이며, 1984~1989년 독일 다름슈타트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1998년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머크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 입사, 1999~2004년 정보 관리와 컨설팅 부서 임원으로 일했다. 2007년 머크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돼 기업 정보 서비스를 총괄했다. 머크 최고행정책임자(CAO)로서 그룹 인사,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조달, 사내 컨설팅, 사이트 운영 및 비즈니스 서비스와 환경·건강·안전·보안·품질을 총괄했다. 2011년 머크 이사회 멤버로 합류, 2017년 9월부터 머크 일렉트로닉스 CEO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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