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입국시키겠다고 발표, 사회적 관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돌입했고, 앞으로 더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업의 구인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 도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와 함께, 보육, 간병, 편의점 등 서비스업에도 외국인 노동력을 이용하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정책은 한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인구구성, 경제구조, 정치지형까지 바꿀 수 있는 광범위한 파급력을 가진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는 한국 사회 구성원과의 긴밀한 논의없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말 현재의 한국의 구인난이 외국인 도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답은 아니다. 현재의 문제는 물리적 인력부족이 아니라, 일하고자 하나 일자리가 없는 사람과 인력을 구하는 기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매치 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 중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고용률)은 63%에 그치고 있어 추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특히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활동을 포기한 15-29세 한국 청년은 올해 3월 5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고, 이후에도 4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령자 중에도 생활비 확보 등을 위해 일하기 원하는 경우가 65%를 넘는다. 실제 60세 이상 한국인의 고용률은 올해 8월 기준 47%로, 추가적인 고용여력이 존재한다.
요약하자면,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현재 많이 존재한다. 또, 이들의 상당수는 일자리가 없으면 경제적인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다. 결국, 한국 사회 전체 관점에서는 외국인 도입을 논의하기 이전에 일자리를 찾는 한국인이 인력난을 겪는 기업에 활용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나 이런 자구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설령 외국인 인력 도입이 불가피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운영체제로는 한국인이 예상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의 세금과 사회복지제도는 한국에서만 평생 생활해 모든 재산과 소득이 한국에 한정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설계돼 있다. 이런 제도의 보완이 없이는 내-외국인 역차별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 재산이 많더라도 한국에 있는 재산과 소득이 적은 경우 각종 복지지원과 세제혜택을 누리게 된다. 또,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한국행을 선택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한국국적자로 해외에서 생활하다 역이민을 하는 경우에 한정되어 주로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많이 거주하게 되는 경우 문제가 더욱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최근 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먹튀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의 표징일 뿐이다.
또, 현재 외국인 인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 운영 체계도 개선도 필요하다. 2019년말 현재 외국인 인력(재외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제외) 중에서 외국인 노동자(E-9)의 비중은 53%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3년 계약으로 한국으로 입국하지만, 1년도 못되어 본래 직장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25%, 2년내 이탈은 절반에 이른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이들의 직장 이탈률을 낮춤으로서 외국인 인력의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데, 이런 정책적 개선의 노력은 전무하다.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인권을 존중받으며 사회구성원으로 활약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손쉬운 대책으로 외국인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싱가포르 같은 냉철하고 장기적 전략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sooh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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