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당의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다소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7일 오전 서울역·용산역 등에서 소화할 예정이었던 추석 귀성 인사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비상 의원총회(의총)를 소집했다.
국민의힘은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후폭풍 차단에 주력했다. 법원의 기각 사유에 따르면 그동안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해 위증교사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백현동·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범죄 소명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야당과의 전선에서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기보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등을 둘러싸고 '방탄' 프레임 등으로 민주당을 공격하거나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며 맞서왔다. 그러나 민주당 내 체포동의안 가결표로 인해 방탄 프레임이 벗겨진 데다 법원의 구속영장도 기각되며 사실상 가장 큰 무기를 잃은 셈이 됐다. 당장 정기국회 회기 중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노란봉투법·방송법 등과 관련한 협상은 물론 국정감사 이후 펼쳐질 예산 정국에서도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총에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흩어진 양심을 가까스로 모아서 바로 세운 정의가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면서 “사법부의 결정은 어지간하면 존중하고 싶지만 이건 도무지 존중할 수가 없다.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영장 전담 판사인 유창훈 판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유 판사의 정치 편향적 궤변으로 정의와 상식이 잠시 후퇴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기각이라는 결론도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지만 사유도 법리에 맞지 않다”면서 “마치 기각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결정한 것처럼 앞뒤 논리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구속영장 기각이 곧 무죄 판결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할 전망이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에서 “영장 기각이 (이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데 영장 기각 사유만으로도 오히려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